식사시간에 기도를 하고 잠자리에 들 때도 기도를 하는 로라<초원의 집 둘째 딸>네 식구가 부러웠던지, 자기도 밥 먹기 전에 기도할 게 있으면 좋겠다고 하기에 정성으로 지어준 기도문입니다.


이 곡식을 키워준 땅과

이 곡식을 키워준 해와

이 곡식을 키워준 물과

이 곡식을 키워준 농부와

이 음식을 주신 부모님과

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건강을 주신 부처님!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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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이번 2학기 부회장 선거에 출마한 우지윤입니다.

여러분, 혹시 월터 리프먼을 아십니까? 그는 미국의 한 언론인입니다.

그는 ‘말하는 것은 자유의 시작일지도 모르지만, 그 말을 소중하게 만들려면 말을 잘 들어주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러분, 만약 제가 부회장이 된다면 월터 리프먼의 말처럼 친구의 말을 잘 들어주는 부회장이 되겠습니다.

여러분께는 그저 친구의 이름이 적힌 종이일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아주 소중한 한 표 한 표입니다. 저를 꼭 부회장으로 뽑아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지윤이가 초등학생으로서 마지막으로 한 임원선거 연설입니다. 아쉽게도 부회장에 당선되지 못했지만, 임원선거를 통해 지윤이가 한 번 더 성장했음을 알기에 엄마로서는 기쁩니다.

이 연설문은 지윤이 직접 작성한 것입니다. 그러나 인용문은 친구 유진이가 추천해준 책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임원선거에 나가는 지윤을 위해서 유진이가 인용할 만한 문구가 많은 책을 추천해주고 같이 인용구를 정했답니다. 만약 유진이가 아니었다면 지윤이는 5학년 임원선거에서 했던 연설을 다시 했을지 모릅니다. 똑똑한 친구가 있다는 건 내가 똑똑해 질 수 있다는 가능성입니다. 지윤이 앞으로 더 똑똑한 사람이 될 겁니다. 왜냐하면 똑똑한 친구를 얻었으니까요.

유진이가 말하자면 선거참모 역할도 해 주었답니다. 친구들에게 표를 부탁하러 다니는 지윤이 옆에 있어주었고, 서로서로 회장선거에 자신을 찍어달라고 해서 난처했을 때 ‘노력할게.’ 라는 현명한 답을 해주었다고도 합니다.

지윤이와 같이 스티커 사진을 찍고, 지윤이와 같이 파리나무십자가 합창단의 노래를 좋아하고, 지윤이와 같이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레골라스 이야기를 하고,  지윤이와 같이 <초원의 집>을 읽은 아이 유진이. 그리고 임원선거의 두근거림과 낙선의 아쉬움도 같이 해 준 유진이.

우리 지윤이의 6학년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하는 유진이가 참 예쁩니다. 긴 인생을 함께 걸어가는 좋은 친구가 되길 엄마가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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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일단 궁금한 건 못 배기는 성질인 지승이.

호기심이 많은 만큼 아는 것을 반복 하는 건 너무나 싫어하기에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가 싫은 지승이. 시험시간에 계산기를 맘대로 쓰려면 적어도 대학 이상은 돼야 하는데, 초등학생인 지금 공책 가득 써야하는 사칙연산의 혼합계산이 얼마나 지루할지 상상이 갑니다. 그래도 나머지 공부는 하기 싫은지 혼합연산을 연습하고 갔습니다. 그것도 분수와 소수가 섞여있는 혼합연산이니 오죽 귀찮겠습니까. 그러나 그런 과정도 다 무난할 만큼은 거쳐야 하는 것이니 해야지요.

5학년 2학기가 시작될 무렵 지승이가 왜 피아노하고 바이올린을 배워야 하냐고 물었습니다. 그 중 피아노는 매일 조금씩 연습하는 것이 의무였는데, 아마 많이 싫어졌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너무 진지하게 말하지 않고, 그렇다고 영 거짓도 아닌 말로 얼럴뚱땅 넘기려고 장난스럽게 대답했습니다.

“ 지승아, 니가 커서 피아노로 멋진 곡을 차악 치고, 바이올린을 멋지게 켜면 얼마나 멋있겠니. 그럼 너 여자들한테 인기 짱이다! 피아노 치는 남자. 얼마나 멋진데!”

여기까지 하고 아들을 보니 안되겠다 싶어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훌륭한 사람들 중에는 취미로 음악을 했던 사람들이 많데. 아인슈타인도 바이올린을 켰다나? 피아노를 쳤다나.......”

“겨우 그거야? 겨우 그런 거 때문에 나한테 피아노를 배우라는 거야?”

아들은 엄마의 대답을 기막혀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난 위인이 안될거라구!”

매일매일 20분씩 피아노를 쳐야 한다면 아들은 위인이 되는 것도 싫은 겁니다.

당황하고 미안했습니다. 악기는 어느 정도 기능을 갖추어야 즐길 수 있다는 믿음에 기능을 익히라고 시킨 것인데, 아들은 너무도 지겨웠던 겁니다. ‘피아노 20분’ 이란 말 자체가.

그런 아들을 두고 생각했습니다.

‘그래, 맞아. 우리 역사의 위인들은 얼마나 큰 고초를 겪으며 살았는가. 그래 아들아, 넌 큰 고초를 겪는 위인이 되지 말고 평범하게 행복한 사람이 되어라.’


그 이후 아들에게도 딸에게도 ‘피아노 20분’이란 숙제는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일주일에 한 번 씩 하는 피아노 교습은 계속 했습니다. 학교 방과 후 바이올린도 두 시간 연속 수업 받는 것은 너무 힘들다고 해서 한 시간만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피아노도 그리 지겨워하지 않고 바이올린도 두 시간을 다 채우고 오는 겁니다. 바이올린 끝나면 나눠주시라고 선생님께 매주 간식을 보냈습니다. 모닝빵으로 미니 햄버거도 만들어 보내고, 김밥도 보내고 겨울엔 찐빵도 따끈따끈하게 쪄서 보내고, 특식으로 막 구워낸 꿀호떡도 바이올린 끝나는 시간에 맞춰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그 간식 먹는 재미에 수업을 다 하고 오는 겁니다. 물론 다른 아이들도 간식 먹는 재미를 톡톡히 보았구요. 그렇게 5학년 2학기를 보내더니 6학년이 되어선 피아노도 바이올린도 싫다는 말 안하고 잘 다닙니다. 요즘엔 피아노로 영화음악을 연주하는 재미가 붙어 스스로 곡을 외우고 반복 연습도 합니다. 바이올린은 강사선생님께서 직접 아이들 간식을 챙겨주십니다. 그 간식 받는 재미에 또 열심히 다닙니다.

그렇게 피아노와 바이올린과 엄마와의 갈등을 끝내고 지금은 스스로 연주의 재미를 아는 시기를 맞았습니다. 한 고비를 넘긴거지요. 그렇다고 연주가 객관적으로 훌륭하다는 건 아닙니다. 그렇게 앞으로  또 비슷비슷한 고비를 넘기며 지승의 인생에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친구가 되고 희망이 되고 여유가 되고 나아가 예술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고비!

그건 넘기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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