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핑크림과 새우와 버섯을 듬뿍 넣은 크림 스파게티! 느끼함이 그리워서 시작하지만, 김치로 마무리 하지 않으면 안되는 크림 스파게티.
크림스파게티에 쓰고 남은 휘핑크림을 얼른 써야 되겠는데, 크림 스파게티가 먹고싶어지려면 시일이 좀 지나야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날짜 지나기 전에 휘핑크림을 쓸 요량으로 생크림 만들기에 도전을 했습니다. 휘핑크림을 넣고 저을 작은 양푼 밑에 깔을 얼음을 얼려서 준비해 놓고 그 얼음이 빨리 녹지 않게 하려고 아이스 팩을 얼음이 들은 큰 양푼 밑에 깔았습니다. 설탕을 곱게 갈아서 쓰면 좋다고 해서 설탕도 갈았습니다. 휘핑크림을 담을 양푼은 냉장고에 넣었다 꺼냈고 휘핑크림도 냉동실에 5분 정도 넣었다 꺼냈습니다. 처음 해보는 생크림 만들기에 기대반 걱정반으로 젓기 시작했습니다. 핸드믹서에 달린 거품기를 사용한거라 팔이 아프지는 않았는데, 뜻밖에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바로 휘핑하는 동안 크림이 사방으로 튀는 겁니다. 팥죽 쑬 때 끓는 팥죽이 튀듯 작은 크림 덩어리들이 사방으로 튀었습니다. 생크림 만드는 법 어디에도 사방으로 생크림이 튈 수 있다는 경고는 없었는데, 예기치 못한 상황에 난감했습니다. 그렇다고 점점 액체에서 걸죽한 크림의 형태로 바뀌는 걸 보고 크림 만들기를 중단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사방으로 튀는 생크림은 주로 설겆이해서 엎어둔 그릇들로 튀었습니다. 생크림이 되어가는 건 좋지만 저 그릇들을 다시 씻어야 할 걸 생각하니 내가 괜한 짓을 하고있나 후회도 좀 되고 짜증이 났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와서 상황을 보더니 말없이 빨래집게 두 개를 들고 왔습니다. 그러더니 그릇놓는 선반에 커튼을 쳐주고 가는 겁니다. 빨간 행주 양 끝을 빨래집게로 선반에 고정 시킨 아들의 커튼!
물론 그 커튼은 크기가 작아 선반에 엎어둔 그릇에 생크림이 튀는 걸 다 막아주진 못했습니다.그러나 나는 사방으로 튄 생크림을 닦아내는 일에 짜증을 낼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내마음에 아들의 빨간 커튼이 드리워졌기 때문입니다.
반신반의하며 시작한 생크림은 달콤하고 부드럽게 만들어졌고, 생크림보다 더 달콤하고 부드러운 아들에 대한 추억하나도 만들어 졌습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우리 아들의 힘입니다.
언제부턴가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다. 클래식과 우리 전통음악을 하루 종일 방송하는 클래식 전문방송이다.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민심에 따라 골고루 적당하게 선곡된 음악을 광고방송 없이 24시간 들을 수 있는 라디오 방송. 그런데 테이프나 시디로 듣는 것과는 다르게 전파를 타고 흐르는 방송이다 보니 늘 같은 음질로 들을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특히 안테나 부러지고 없는 아날로그 라디오는 주파수 맞추는 게 정말 일이다.
원래 있던 자바라식 안테나는 아들이나 딸 둘 중 누군가가 살짝 부러뜨린 걸 (부러뜨림 자체를 원망하진 않는다. 아이들 손에 남아날 만큼 무쇠팔뚝 같진 않았으니까) 테이프로 붙여 쓰고 있었는데, 어느 날 내가 뭔 맘으로 아주 똑 꺾어버렸다. 그런데 그 어설프게 건들건들 붙어있던 안테나를 아예 떼서 없애버리자 소리가 찌직거려 도저히 방송을 들을 수가 없게 됐다. 두 조각 난 안테나를 의료용 테이프로 고정해보려고 노력했지만, 똑 꺾인 안테나가 제 기능을 하게 되돌릴 수는 없었다. 이사를 해서 라디오 놓는 자리가 바뀌자 더 이상 방송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찌직거렸다. 아쉬운 대로 손에 잡히는 열쇠를 안테나 자리에 얹어놓고 주파수를 맞추면 그럭저럭 들을 수 있었지만, 늘 아쉽고 불만스러웠다.
라디오 안테나 자리에 열쇠 하나를 끼워놓고 주파수를 맞춰보려고 애쓰던 어느 날, 아들에게 하소연 하듯 안테나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열쇠를 이리 저리 끼워보던 아들이 공구서랍에서 긴 줄을 하나 갖고 오더니 이걸 안테나로 써도 되겠냐고 묻는다. 그 선이 무엇에 쓰던 선인지 모르지만 된다고 했다. 아무래도 라디오를 사는 돈 보단 싸게 들 테니 말이다. 아들이 가위며 니퍼를 들고 선을 과감히 자르고 쭉쭉 껍질을 벗기고 하더니 알록달록하고 가는 선들이 서로 배배 꼬여있는 긴 줄을 들고 왔다. 그리곤 그 줄을 부러진 안테나 끝에 감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짧은 안테나에 얌전히 붙어있을 만큼 노긋노긋한 선이 아니었다. 색색의 여덟 갈래로 갈라진 그 선은 뻗대는 머슴아이 심술자락마냥 사방으로 뻗치며 풀어져버렸다. 아들이 안되겠는지 공구서랍에서 뭔가를 또 가져왔다. 그것은 마치 빨래집게처럼 생겼고 손으로 누르는 부분에 둥그렇게 구멍이 나 있는데, 아들이 그 구멍에 줄을 끼워 홀쳐 묶었다. 그리고 긴 줄이 매인 그 빨래집게 같은 것을 안테나 끝에 대는 순간.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거의 완벽하게 흐르는 클래식 선율.
아! 아들의 안테나다.
엄마를 위해 만든 아들의 안테나!
자세히 보니 그 빨래집게 같은 것은 자전거에 바람을 넣을 때 쓰는 집게다. 자전거 바퀴에 있는 바람 들어가는 구멍과 펌프에 있는 바람 나오는 가는 관을 연결시킬 때 쓰는 집게. 그러나 라디오 안테나 역할을 하고 있는 여덟 가닥의 전선은 아직도 무엇에 쓰던 물건인지 알지 못한다. 다만 내 아들의 눈썰미와 재치와 끈기를 느끼게 해주는 용솟음치는 사랑의 안테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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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바람 2014/04/10 15: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라디오가 얼마나 한다고 저런 궁상을... 그러나 시디를 들을 수 있었고, 테이프를 들을 수 있고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그 스테레오 라디오는 보통 라디오가 아니라 함부로 버릴 수가 없다. 친구가 미국여행에서 사와서 친구의 아들을 키우는 동안 시디로 음악을 들려줬던 라디오다. 친구의 아들이 다 커서 더 이상 식탁에 올려놓고 음악를 틀어 줄 일이 없게 되었을 때 우리 집에 온 라디오다. 친구네 집에서 올 때는 110볼트용이라 나도 한동안은 변압기를 놓고 썼던 라디오. 시디 넣는 문이 고장나서 자동으로 열리지만, 그래도 아직 쓸만하다고 물려 준 친구의 진심을 알기에 동네 수리점에서 시디 넣는 문을 수리했고, 더불어 변압기 사용이 번거로워 비용을 들여 220볼트로 바꾸기도 했다. 한번은 테이프가 안되서 수리를 했는데, 작은 레고 조각이 기계에 들어가 있었다고 했다. 볼륨 조절도 안되서 한밤중엔 들을 수도 없을 만큼 큰소리가 나오는 라디오지만, 친구집에서 산 세월과 내 집에서 산 세월을 합하면 족히 20년은 되었을 라디오라 함부로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라디오를 수리하라고 맡기고 수리가 끝나면 찾으러 가고 했던 그 모든 과정이 내 삶엔 추억이고 아이들 삶엔 교육이 되었을 것이니, 내 집에 그 라디오가 있는 자체가 기쁨이고 행복이다. 오늘도 나는 내 아들의 안테나가 달린 그 라디오를 듣고 있다. 불행히도 시디플레이어가 아주 고장이 나서 고치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해서 안고치고 있다. 그래도 아직 테이프는 들을 수 있고 라디오도 들을 수 있으니 다행이다. 아들의 손놀림이 더 정교해지는 어느날엔 어쩌면 조절되지 않는 볼륨을 고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런 미래를 꿈꾸는 엄마는 행복하다.
신발을 다 신은 성민이 말하면서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성민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성민이 말했다.
“방금 전에 있던 혼돈가루는 그저 경고에 불과해.”
“그럼, 맨 마지막에는 어떤 게 있을까? 용? 자이언트?”
송화가 물었다. 그 때 연서가 플래시 마법을 써서 앞을 비추었다. 10발자국 정도 떨어진 곳에 문이 있었다. 그리고 문에는 ‘2’ 라고 씌어져 있었다. 성민, 연서, 태민, 송화는 문 앞에서 멈춰 섰다. 모두다 플래쉬마법을 사용해서 주위가 환했다.
“들어가 보자!”
태민이 말했다.
“응!”
성민이 대답하고는 문을 밀었다. 안에 있던 찬바람이 불어왔다. 그 안에는 불이 켜져 있어서 밝았다. 아이들은 다 플래시 마법을 끄고 살짝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 안은 아무것도 없는 그냥 텅 빈 방이었다. 벽은 노란색이고, 천장 한가운데에는 전등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한 쪽 벽에는 문이 두 군데 있었다. 방안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자 태민과 송화 연서 성민은 들어가서 문을 닫고 방을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 그들이 긴장을 풀자 갑자기 무언가가 허공에서 나타났다. 하나는 오른쪽에 있는 문 앞에서 다른 하나는 왼쪽 문 앞에서 나왔다. 송화는 무서워서 꼼짝을 못했지만 다른 아이들은 언제라도 마법을 쓸 수 있게 반지 낀 손을 올리고 있었다. 송화가 다른 친구들처럼 반지 낀 손을 위로 올리자 몇 초 후 그것들이 완전한 모습을 갖추었다.
무섭게 생긴 동물이나 사람이 아닌 귀여운 로봇 장난감이었다. 그리고 다는 하나는 갈색 곰 인형이었다. 막 연서가 송화에게 ‘저 곰 인형이 정말 귀엽다.’고 말하려는데 로봇 장닌감이 말했다.
“문서를 찾으려면 이 왼쪽 문으로 들어가시면 된답니다. 오른 쪽 문으로 들어가시면 안돼요. 왜냐하면 쟤는 (로봇 장난감이 곰 인형을 가리키며 말했다.) 거짓말을 하니깐요.”
아이들은 장난감이 말 하는 것을 분 적이 없는 터라 깜짝 놀랐으나 곧 ‘계단이 말을 하는 데 장난감이 말을 못하지는 않겠지..’하고 생각하고는 안심하였다. 로봇의 말이 끝나자 이번에는 곰 인형이 말하였다.
“아니야! 쟤가 거짓말을 하고 있어! 저리로 가면 안 돼!”
“아니야! 쟤가 거짓말쟁이야!”
로봇이 반박했다.
태민은 6일 전에 책에서 읽은 거짓말 탐지기 마법이 떠올랐다. 그래서 얼른 반지 낀 손을
들고 중얼거렸다.
“진실을 알려줘...”
성민과 연서 송화가 태민을 바라보았다. 심지어 로봇과 곰 인형도 태민을 바라보았다. 태민의 반지에서 푸른 빛이 나더니 곰 인형을 가리켰다. 성민이 물었다.
“곰 인형을 가리켰어! 이게 무슨 뜻이지?”
태민은 책을 떠올렸다. 책에는 빛이 거짓말쟁이를 가리킬 거라고 나와 있었다. 태민이 반지에서 푸른빛이 사라지자 곰 인형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쟤가 거짓말쟁이야.”
그러자 곰 인형은 갑자기 실망한 듯이 울상을 지었고 로봇은 환하게 웃으며 말하였다.
“제 말이 맞죠? 이 길로 가시면 됩니다.
그러고는 자기 뒤에 있던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성민이 태민에게 방금 한 마법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하였으나 그만 두었다. 성민이 제일 먼저 로봇이 열어 준 문 안으로 들어갔다. 뒤이어 태민과 연서 송화도 따라 들어갔다. 송화는 곰 인형을 한 번 바라보고는 들어갔는데 뒤에서 문이 닫히자 말했다.
“저 곰 인형.. 왠지 모르게 불쌍해.”
“쟤는 동정해야 할 필요가 없어.”
성민이 대꾸했다. 그들이 들어간 곳은 기다란 복도 같았는데, 이번에도 역시 노란색 벽지였다. 이번에도 전등이 있어서 환했다. 그들이 말없이 3분정도 걸어갔다. 그러자 또 어떤 문이 1개 있었는데 문 앞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 다행이도 넷 다 거미를 무서워하지 않는 터라 신경 쓰지 않았다.
“들어간다.”
태민이 문을 손잡이를 잡고 말했다. 맨 뒤에서 연서가 외쳤다.
“응! 들어가...”
태민은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문을 열었다. 안에는 어두웠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조차 분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아이들이 플래시 마법을 쓰자 방안이 조금 환해졌다. 그 때 연서가 비명을 질렀다. 송화도 깜짝 놀란 듯했다. 미라가 있었다. 그것도 5마리나 있었다. 성민도 깜짝 놀랐으나 곧 송화와 연서에게 외쳤다.
“기절마법이랑 충격마법 알지? 한 사람당 미라 하나씩 쓰러뜨려!”
송화와 연서는 알겠다고 왜치고는 반지 낀 손을 들었다. 성민과 태민도 송화와 연서를 따라했다. 성민이 제일 가까일 있는 미라를 조준하며 속으로 외쳤다.
‘라니스티아!’
미라가 비틀비틀 하더니 자세를 잡으려고 하는 순간 성민이 충격마법을 날렸다.
“임펙티드!”
미라가 더 심하게 비틀거리더니 ‘쿵’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성민이 기뻐하려는 순간 쓰러뜨린 미라 뒤로 또 다른 미라가 나타났다. 미라들은 벽에서 하나씩 나오는데 끝이 없었다. 성민은 ‘어떡하지?’ 하는 눈빛으로 송화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송화는 없던 베개를 들고 있었다. 성민은 어떻게 송화가 베개를 들고 있는지 물어보려고 하였다. 그렇지만 물어보기 전에 송화가 또 하나의 미라를 가리키며 속으로 외쳤다.
‘미타 모르포스’
반지에서 난 빛이 미라에 닿자마자 미라는 방석으로 변했다. 송화는 변신마법을 쓰고 있는 거였다. 성민이 미소를 지었다. 성민은 참 송화다운 생각이라고 생각하면서 연서와 태민을 보았다. 그들도 송화를 따라 변신마법을 이용하고 있었다. 성민이 고개를 돌려 자신을 잡으려고 하는 미라를 보았다. 성민이 미처 피하기도 전에 미라가 성민을 잡아서 들어올렸다. 송화가 그 모습을 보고 또 비명을 질렀다. 성민이 다리를 뒤로 잡아당겼다가 앞에 있는 미라의 무릎을 겨냥하여 힘껏 찼다. 미라가 순간적으로 무릎에 통증을 느끼며 성민을 붙잡고 있던 팔을 느슨하게 풀었다. 성민은 이때 얼른 미라의 팔을 뿌리치고 나가서 미라를 보고 속으로 외쳤다.
‘미타 모르포스’
미라가 성민이 생각했던 하늘색 베개로 변하여 바닥에 놓여있었다. 송화가 안심하고는 앞에 있는 미라에게 변신마법을 날렸다. 이미 송화의 옆에는 베개와 방석이 여러 개 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미라는 끝없이 나왔다. 태민이 성민에게 뛰어가 외쳤다.
“내가 미라를 뚫고 가서 문을 열게 그리고 뛰어와.”
그러고는 성민이 대답하기도 전에 문 쪽으로 뛰어갔다. 문으로부터 평행한 곳에는 미라가 거의 없었다. 벽에서는 미라가 나오지만 문에서는 미라가 나오지 않는다. 태민은 변신마법으로 만들어낸 배게 하나를 들고서는 문 쪽으로 전력질주를 하였다. 배게는 미라가 예고 없이 공격했을 때 방어하려고 가져간 거였지만, 태민이 빠르게 달려가자 미라들은 모두 뒤로 움찔하였다. 태민은 문 앞에서 멈춰 서서 문을 열고는 밖으로 나갔다. 물론 문은 활짝 열어 논 채로 말이다. 태민이 성민에게 외쳤다.
“이리로 뛰어와!”
성민은 미라에게 변신마법을 쓰는 중이었지만 태민의 말을 듣고는 옆에 있는 송화에게 방금 막 생긴 새 방석을 주우며 외쳤다.
“송화야, 당장 문 쪽으로 뛰어!”
송화는 성민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미라를 향해 변신마법을 날리며 옆에 있는 연서에게 외쳤다.
“연서야, 문 쪽으로 뛰어가래!”
연서는 알았다고 큰소리로 대답하였다.
송화는 옆에 있던 베개를 하나 집어 들고 문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미라 하나가 자기를 향해 오는 걸 보고는 베개를 힘껏 미라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 배게는 미라의 얼굴을 정통으로 쳤고 미라는 비틀거리다가 넘어졌다. 송화는 떨어져있는 베개를 주워서 얼른 문 쪽으로 뛰어갔다. 다행히도 다시 베개를 쓸 일은 없었다. 이제 연서와 성민만 들아가면 된다. 연서는 송화가 안전하게 도착하는 걸 보고는 얼른 앞에 있는 미라에게 변신마법을 날렸다. 그리고는 앞에 떨어져있는 베개를 주워서 문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뒤따라 성민도 뛰기 시작했다. 미라들은 성민과 연서를 잡으려고 하였다. 심지어 그들이 변시시켜 놓은 베개를 던져서 그들을 맞추려는 시도까지 여러 번 하였지만 그때마다 성민이 방어마법을 써서 실패하였다. 성민과 연서가 무사히 들어오고 성민이 들어오면서 문을 닫자 아이들은 무사히 지나온 것을 기뻐하였다. 송화가 말하였다.
“어휴, 나는 미라들 사이를 지나올 때 떨려 죽는 줄 알았다.”
“그러냐? 나는 하나도 무섭지 않았는데!”
태민이 뻐기듯이 말하자 송화가 태민을 ‘그래, 너 잘났다!’하는 눈으로 째려보았다. 연서는 송화와 태민이 다투는 것을 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한 3분 정도 쉰 후에 아이들은 또 걷기 시작했다. 이번 복도도 전등이 있어서 환했다. 아이들은 말없이 걷기만 하였다. 허기가 진 아이들은 요리마법을 배웠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하며 걸어갔다. 하지만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가 없었다. 그들은 4학년이지만 요리마법은 6학년이 되어야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4분정도 지나가자 또 문이 하나 나타났다. 송화가 말했다.
“안에 호랑이나 치타가 있으면 어떻게 하지?”
“뭐가 나오든지 우리가 이길 거야.”
연서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태민이 문 손잡이를 잡고 열었다. 안에는 환했다. 방은 육각형 모양으로 되어 있었고, 지금까지 본 방 중에서 가장 넓었다. 그 안에는 백호가 있었다. 크기는 그냥 평범한 백호 크기였고 하얀 색 털에 검은 색 줄무늬가 조금씩 있었다. 송화와 연서와 태민은 겁이 나서 움직이지 않았지만 성민을 얼른 송화와 연서와 태민에게 속삭였다.
“송화야, 혹시 모르니깐 우리가 백호랑 싸우는 동안 너는 먼저 가서 문서를 고쳐!”
송화가 대답하기도 전에 성민이 백호가 으르렁거리며 다가오자 재빨리 기절마법을 날렸다. 백호는 기절 마법에 맞자 살짝 움찔했으나 다시 으르렁거리며 다가왔다. 두꺼운 가죽을 주문이 뚫지 못하는 것이다. 그동안 성민이 다시 속삭였다.
“내가 다시 마법을 날리면 송화와 태민은 왼쪽으로, 나와 연서는 오른쪽으로 뛰도록 하자.”
성민이 이번에는 충격 마법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송화와 태민은 왼쪽으로, 성민과 연서는 오른쪽을 향해 뛰었다. 백호는 이번에도 주문을 맞았지만 살짝 움찔하고는 마법을 날린 성민을 쫒아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달렸다. 연서와 성민은 죽을 힘을 다해 달렸지만 백호에게 금방 따라잡혔다. 송화와 태민은 문 앞까지 뛰어와서 연서와 성민이 위험에 처한 걸 발견했다. 송화가 주문을 날리려고 하는 데 태민이 막으며 외쳤다.
“내가 할 테니깐 빨리 너는 여기서 나가!”
송화는 자기도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지만 태민이 너무나도 단호하게 말해서 알겠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태민은 소환마법으로 얼른 돌을 불러내었다. 백호는 이제 성민과 연서와 한 발자국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있었다. 태민은 앞으로 조금 나아가서 백호의 머리를 향해 돌을 힘껏 던졌다.
송화가 3분정도 걸어가자 문이 하나 나왔다. 문에는 ‘Last'라고 씌여 있었다.
‘라스트? 맨 마지막이란 뜻이네. 이번에는 문서가 있으려나?’
송화는 중얼거리면서 문을 열었다. 방 안을 본 송화는 커다란 미소를 지으며 방 가운데에 있는 돌로 된 탁자로 달려갔다. 돌로 된 탁자 위에는 누런 종이로 된 두루마리가 있었다. 송화는 두루마리를 집어서 폈다. 두루마리는 이상하게 은색으로 빛났다. 두루마리에는 송화가 예상한 대로 ‘미셀 화이트’라고 씌어 있었다. 송화가 중얼거렸다.
‘이제 이 문서만 고치면 되는데... 펜 같은 거 없나?’
그러면서 두루마리를 잠시 내려놓고 돌 탁자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돌 탁자에 작은 홈이 파인 걸 발견했다. 그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상한 막대기 같은 것이 있었다. 송화는 그 막대기를 홈에서 꺼내들었다. 그 막대를 손에 들고 있던 송화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난 듯이 두루마리를 펴서 막대기로 글씨를 썼다. 그때 마침 떠오르는 말이 ‘바보’였기 때문에 무심코 ‘미셀 화이트’라고 씌어 진 곳 옆에다 ‘바보’라고 썼다. 글씨는 잘 써졌고 그 막대기가 바로 문서를 고치는 펜이었다. 학교 문서가 고쳐지자 저절로 교장실에 있는 깃발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원래 깃발에는 ‘미셀 화이트’라고만 쓰여 있었지만, 지금은 그 옆에 ‘바보’라는 글자가 더 생겼다. 지금까지 초조하게 기다리던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이 성공 했구나!’하고 기뻐했지만, 곧 ‘바보’라는 단어를 보고 눈썹을 치켜 올렸다. 하지만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송화는 이제 이 막대기의 쓰임을 알게 되어 두루마리에다가 글씨를 쓸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전에 쓰인 글씨를 지우는 방법을 몰랐다. 하지만 문서를 지울 수 있는 지우개를 찾는 것은 쉬웠다. 반대쪽 홈에는 지우개가 있었기 때문이다. 송화는 지우개를 들고 두루마리에 있는 글자들을 지우기 시작했다. 그냥 살짝만 건드려도 쉽게 지워졌다. 다 지우고 나자 송화는 친구들이 걱정되었으나, 돌 탁자에 걸터앉아서 학교 문서에 쓸 학교 이름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교장실에 있는 깃발에 있던 글씨도 다 사라졌다. 교장선생님은 의자를 끌어당겨서 깃발 앞에 앉았다. 그런 일은 없겠지만 아이들이 문서에 이상한 걸 쓸까봐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또래보다 조금 성숙해도 아이들은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아이들을 보냈으니 아이들을 믿는 수밖에 없다.
송화는 도저히 새로운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교장선생님과 텔레파시로 연락을 할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왠지 자기만의 힘으로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3일전에 읽었던 보석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오팔: 여러 가지 색이 섞여 있는 것으로...’
송화는 여기까지 생각하고는 벌떡 일어났다. ‘오팔! 여러 가지 색이 있다.! 우리 기숙사는 4개의 보석인데 모두 여러 가지 색깔이니깐...오팔! 정말 좋은 이름이네!’
송화는 속으로 외치면서 탁자 주위를 빙빙 돌아다녔다. 그리고는 멈춰 서서 조금 더 생각하더니 두루마리를 들어서 펴고는 막대기를 들고 새로운 이름을 썼다. 그리고는 두루마리를 원래 있었던 자리에 올려놓고, 막대와 지우개를 제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아까 들어왔던 문 쪽으로 걸어갔다. 친구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교장선생님은 깃발위에 생긴 글씨를 보고 순간 어리둥절했으나 곧 빙그레 웃었다.
송화가 문을 열고 나가자 복도 저 끝에서 태민과 성민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송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멈춰 섰다. 태민과 성민은 씩 웃으면서 걸어왔고 연서는 송화를 보자 송화를 향해 뛰어왔다. 연서와 송화가 포옹하는 동안 성민과 태민은 걸어서 그들 옆에 도착했다. 연서와 송화가 포옹을 풀고 다시 걸어가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거길 빠져나왔어?”
송화가 물었다. 그리고는 대답하기도 전에 문을 보면서 말했다.
“근데, 저기 라스트라고 씌어 있는 거 보여? 여기에 문서가 있었어!”
송화의 말에 태민이 문까지 뛰어가서 문을 벌컥 열고는 안을 보고 ‘와!’ 하고 감탄하며 탁자 위에 있는 두루마리를 들고 펴 보았다. 뒤따라 뛰어온 연서와 성민도 태민의 어깨너머로 문서를 들여다보았다. 송화는 천천히 걸어와서 문을 닫고 나머지 친구들의 표정을 살폈다. 태민이 외쳤다.
“오팔 스쿨? 오팔 학교? 이게 뭐야!”
태민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송화를 쳐다보았고, 연서와 성민도 궁금하다는 듯이 송화를 보았다. 송화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우리 기숙사는 보석이름이잖아! 여러 가지 색들이 있는데, 오팔은 여러 가지 색을 모두 다 지니고 있잖아. 한마디로...”
송화가 적당한 표현을 찾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성민이 말했다.
“한마디로 우리 기숙사 모두를 담고 있는, 그런 학교라는 거지?”
“응! 맞아.”
송화가 대답했다. 연서가 중얼거리며 말했다.
“오팔학교, 오팔스쿨. 야! 멋진 이름인데!”
송화는 그 말을 듣고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게 칭찬이라면 고마워!”
“당연히 칭찬이지! 대단한걸! 이런 이름을 어떻게 생각해냈어?”
성민이 물었다.
“그냥.”
송화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때까지 가만히 듣고만 있던 태민이 말했다.
“괜찮은 이름이네...”
송화가 태민에게도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다음 그들은 돌 탁자에 걸터앉아 서로에게 있었던 일들을 말하였다. 송화는 막대기를 찾은 것부터 시작해서 다른 친구들을 도우러 나갔다가 만난 것을. 성민은 셋이 손을 잡고 기절마법을 날렸더니 훨씬 강한 마법이 되어서 그 마법 때문에 기절한 백호를 놔두고 온 이야기를 하였다. 이야기가 끝나자 태민이 일어나서 송화가 말한 지우개와 막대기를 꺼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말리기도 전에 폭파마법으로 막대기와 지우개를 폭파시켰다. 연서가 소리쳤다.
“야! 그걸 폭파시키면 나중에 바꿀 일이 있을 때 어떻게 하려고?”
그러자 태민이 씩 웃으면서 태평하게 대답했다.
“오팔 스쿨 이란 이름 괜찮다면서. 그러면 된 거 아니야?”
그러고는 성민이 뭐라고 따지려 들자 태민이 성민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게다가 다음에 나쁜 애가 와서 이걸 바꾸면? 그런 걸 다 대비한 거잖아?”
“그렇구나!”
송화가 감탄하면서 말하였다. 그때 연서가 갑자기 울었다.
“근데, 여기서 어떻게 나가지?”
그러자 아이들은 모두 문이 어디 있나 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곧 성민이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가리키며 말하였다.
“저기 이상한 게 반짝거리는데?”
아이들은 성민이 가리킨 곳으로 갔다. 그것은 거울이었다. 그것도 길고 넓은 거울이었다. 송화는 왜 이게 자기 눈에 띄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지만 곧 잊어버리고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거울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거울에 비치는 것은 자기 자신과 친구들뿐이었다.
거울에 비친 송화의 얼굴은 머리카락이 두 갈래로 잘 묶여 있었고 허리까지 내려왔으며, 눈동자는 고동색이지만 생각이 깊어 보이고 침착하고 얌전해 보였다.
연서는 머리를 위쪽으로 높게 묶었고 어깨 밑까지 머리카락이 내려왔으며 즐거움이 가득한 연갈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생기 있고 밝아보였다.
태민은 송화보다 더 어두운 짙은 고동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지만 매일 장난스럽게 움직이는 눈썹 때문인지 더 장난기가 있어 보였다.
성민은 연갈색 빛인 눈동자에 진한 눈썹, 그리고 꽉 다문 입 때문에 성실하고 침착해 보였다.
“야! 이것 좀 봐!”
거울을 훑어보던 태민이 이상하게 생긴 틈을 가리키며 말했다.
성민이 태민이 가리킨 홈에 손을 끼워놓고 무심결에 잡아당겼다. 그러자 거울이 열렸다. 거울이 아니라 거울로 된 문이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놀랐지만 그 안에를 보고는 더 놀랐다. 교장선생님이 계셨기 때문이다. 교장선생님도 아이들 못지않게 놀랐다. 하지만 곧 진정하고는 말하였다.
"들어오렴. 문 닫고 말이야."
아이들은 얼른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교장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칭찬의 말을 하시는 동안 아이들은 뿌듯한 마음으로 묵묵히 듣기만 하였다. 교장선생님은 칭찬을 다 한 뒤 아이들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즐겁고 뿌듯해 보였지만 피곤해 보였다.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말하였다.
“매우 피곤해 보이는 구나. 내 생각에는 지금 너희에게 가장 필요한 건 밥과 침대인 거 같구나. 시간이 좀 지나기는 했지만 내가 미리 얘기해 놓을 테니 급식실에 가서 밥을 먹고 침대에 가서 자거라. 아이들과 선생님께는 내가 알아서 말씀 드리도록 하마."
“네!"
태민이 대답했다. 교장선생님을 태민을 향해 빙그레 웃어보이시고는 교장실 문을 열고 아이들에게 나가라고 손짓했다. 아이들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교장실을 나와 급식실로 향했다. 송화가 연서 다음으로 씻고 나오자 시계가 다섯 시를 가리켰다. 연서는 자고 있었다. 송화는 오늘 있었던 일들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며 침대에 깔려있는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자세를 잡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일이 어떻게 되든 간에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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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학교 선생님 2014/04/08 14: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이야기는 지윤이 초등학교 졸업 기념으로 친한 친구 셋이 모여 함께 만든 책에 수록되있다. 세 친구가 글을 쓰고, 그 중 한 친구가 편집을 도맡아 하고, 그림을 좋아하는 친구가 삽화까지 그려서 낸 기념비적인 책이다. 그러나 원고 타자를 맡은 엄마가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퇴고를 제대로 못해서 오타가 너무 많고, 원고가 한 페이지 정도 누락되어 책을 받고 난 후 많이 속상해 했다. 오타를 일일이 화이트로 지우고 말이 안되는 부분은 보충해서 펜으로 써 넣는 걸 보고 안타깝고 미안했지만, 맘에 들게 책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지 알게 된 것은 소득이라 하겠다.
그리고 이 긴 이야기를 붙여넣기로 했다가 홈피에 에러가 발생해서 깜짝 놀랐던 일을 계기로 홈피 관리에 더 신경을 많이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부랴부랴 마법학교 이야기를 3부로 나누어 탑재하게 되었다.
<마법학교 이야기>란 작은 시도가 지윤을 뿌리 깊은 나무로 자라게 하는 밑거름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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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우리 아들! 아들은 엄마를 '보기만 해도 줄줄 녹아내리는 버터처럼 느끼한 엄마'라고 합니다. 버터처럼 느끼한 엄마의 아들 이야기는 계속 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