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성한의원 신재용 선생님께서 <그리스 신화와 의학의 만남>이란 책을 보내주셨다. 언젠가 방송에서 사상체질에 대한 설명을 하실 때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를 예로 들어 설명하시던 기억이 떠올랐다. 물론 지금은 그녀 스칼렛 오하라의 체질을 소음인이라 했었는지 소양인이라 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동양의학의 한 줄기인 사상체질을 설명함에 외국 소설의 여주인공을 예로 들어 설명하는 자체가 참 독특하고 신선해서 좀 끌리는(?) 한의사 선생님이었다. 그 한의사 선생님께서 버킷 리스트 중 하나라며 펴내신 책이기에 더 의미 있게 읽었다.

 

뭐 눈엔 똥만 보인다더니 역시 내 눈엔 아이들의 건강에 관한 내용이 들어왔다. 중학교 2학년의 아이를 둔 부모가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이 뭘까? 공부 말고. 바로 키다. 큰 키를 물려주는 것은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키는 성장기 아이를 둔 부모님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주제다. 작은 고추가 맵다거나 링컨도 작은 키였다거나 하는 식의 위로는 최후의 수단이다. 당장은 키를 크게 하는 게 중요하다.

 

본문 147쪽 오가피에 대한 설명이 확 들어왔다. 오가피는 황칠 인삼과 더불어 오갈피과 3형제에 해당하는 약재로서 만병통치약재로 불린다. 오가피는  풍기와 습기를 제거하며 심장을 강하게 한다. 풍기와 습기 제거. 요즘 방풍나물이 인기다. 풍을 막아준다는 방풍나물의 효능이 오가피에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풍기 제거에 좋다한다고 오가피가 눈에 띄었으랴. 아니다.
 ‘
근육과 뼈의 성장에 좋고 소아발육에도 좋다.’ 이 부분 때문에 오가피가 내 눈에 그리고 내 머리에 내 마음에 들어온 것이다.

 

그러면 오가피를 어떻게 먹을 것인가, 아니 먹일 것인가.

오가피 새순은 쌈으로 먹을 수 있다.

봄소식과 함께 어여쁜 연두색으로 피는 잎은 쌉싸름한 맛이다. 그러니 아이들은 썩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맛있는 훈제오리나 삼겹살 구이를 먹을 때 상추에 곁들이는 쌈으로 먹일 수 있다.

오가피 잎을 먹을 수 있는 시기는 음력 3월 한 달 정도다. 음력 4월이 되면 쓴맛이 더욱 강해져서 아무리 약이라고 생각해도 어른도 먹기 힘들다. 그러니 3월에 새순을 따서 오가피 장아찌를 담아도 좋다. 새콤달콤한 장아찌를 만들어서 김밥 쌀 때 단무지 대신 살짝 넣어줘도 된다. 살짝 넣어야지 표 나게 넣으면 햄만 골라먹고 오가피장아찌는 골라낼지도 모른다. 이대목에서 엄마의 수위조절이 필요하다.

가을이 오면 오가피 나무에 열매가 열린다. 잘 익은 오가피 열매는 짙은 보랏빛이 난다. 그 열매를 따서 오가피 효소를 담가 먹이면 된다. ‘키 크는 한약이다.’ 라고 줘도 될 만큼 한약 맛이 난다. 스스로 키에 욕심을 부리는 아이라면 참고 먹겠지만, 그런 아이가 몇이나 될까. 그러니 또 살짝 속여서 먹여야지. 돈가스 소스 만들 때 오가피효소를 추가로 좀 넣고 만들면 좋다. 아니면 매운 돼지고기 양념에 넣어도 된다. 대부분의 효소가 그렇듯 발효과정에 설탕이 들어갔기 때문에 어떤 요리에든 조금씩 넣는 건 가능하다.

오가피는 나무다. 그래서 가지치기를 한다. 가지치기한 나무는 잘게 토막 내서 잘 보관해 두었다가 복날 닭요리에 넣고 백숙을 하면 된다. 백숙을 하고 건져낸 나무는 물에 잘 씻어 말려서 아이들에게 놀잇감으로 주면 좋다. 주로 아이들은 백숙에서 건져낸 나무 조각을 주면 캠프파이어 형태의 장작더미처럼 쌓고 논다. 잘 마른 오가피나무를 쌓아놓고 작은 캠프파이어를 하는 경험은 아이의 키뿐만 아니고 추억까지 크게 해줄 것이다.

 키가 커야한다. 너무는 말고 딱 멋져 보일만큼만. 그러나 키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내면이다. 외모의 부족함을 뛰어넘을 수 있는 내면의 힘! 그 힘의 아름다움!

신재용 선생님도 <동의보감>의 한 구절을 인용해서 다시금 일깨워주셨다. 내면의 힘을.
생사가 모두 꿈과 같은 것이다. 이것을 깨달으면 마음이 스스로 청정해지고 병이 생기지 않는다.’ <그리스 신화와 의학의 만남> 본문 323

긍정적인 방법으로 외적 미를 가꾸려고 노력해도 안 될 때 비로소 이런 위로를 해도 좋을 것이다.
작은 고추가 맵다더라....
링컨도 아주 작은 키였다더라...
그런 위로를 수용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갖춘 아이들로 키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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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새 차를 몰고 옵니다. 아빠가 오는 어귀에 아들은 마중을 나갔습니다. 정확히 차를 마중 나갔습니다. 아이들 두 돌 때 부터 11년을 함께한 차가 더 이상 우리 가족의 애마 역할을 할 수 없어 새 차를 맞이하게 된 첫날입니다. 그렇게 좋을까! 앞치마를 벗어놓고 나도 구경을 갑니다, 정확히는 아들을 구경 갑니다.

아들이 차를 보고 한 첫마디는 이랬답니다.

이게 우리 차야? 이게 진짜 우리 차야? ”

아들을 따라 차에 탔습니다. 아들이 말합니다.

여기가 천국이네!”

그렇게 좋으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되묻습니다.

그럼, 엄만 안 좋아요?”

 

과일과 북어포와 막걸리와 시루떡과 돗자리를 주섬주섬 챙겨서 집 근처 인적이 뜸한 큰길로 갔습니다. 옛 풍습이라 무시하긴 그렇고, 그렇다고 하자니 쑥스러운 고사를 지내러 간 겁니다. 쑥스러움을 없애려고, ‘이건 일종의 파티야, 즐기는 거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맘 한켠은 쑥스럽고 또 한켠은 엄숙해지고...

 

차를 향해 절을 하고 바퀴에 막걸리를 붓고 하다가 그 쑥스러움을 못이긴 아빠가 말합니다.

최첨단 기계를 놓고 절을 하다니  ...”

그때 아들이 말했습니다.

최첨단에 마법을 거는 거지!.”

고사를 준비하던 내내 엄숙하고 진지하던 아들의 마음이 찡하게 다가왔습니다.

 

우리 차는 마법에 걸린 차입니다. 우리 가족과 함께 하는 내내 안전하고 행복한 길로 이끌라는 주문에 걸린 신비한 차입니다.

 

그리고 나는 마법에 걸린 엄마입니다. 언제까지고 아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마법에 걸린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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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아침 자습시간에

아기 참새 같은 아이들이

짹짹 거리며 떠들고 있는데

선생님께서 들어오시자

떠들고 있던 아기 참새들

제각기 날아서

자기자리로 부랴부랴 날아간대요.

선생님께 걸린 몇 명의 아기 참새들은

벌을 스지요.

선생님께 걸리지 않은 아기 참새들은

고소한지 짹짹 하고 웃어요.

그 아기 참새들은 운이 좋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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