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선 바깥쪽의 나이자 너에게

 

혹시 감탄이 절로 나오는 일출풍경을 본 적이 있니?
산 사이로 환한 빛을 내며 뜨는 태양을 본 기억이 있니?
아니면 어두운 밤길을 환히 비추는 하얗고 동그란 달을 유심히 들여다 본 적이 있니?
완벽한 구형의 보름달을 말이야. 그 달이 어떤 모양이든, 그 태양이 어디에 있든 태양과 달은 모두 하나지. 우리는 같은 태양과 같은 달을 보고 있는 거야 당연한 거지.
남한에 사는 나와 , 북한에 사는 너는 모두 같은 태양을 보고, 같은 달빛을 받으며 살고 있어. 보고 있는 곳도, 받고 있는 곳도 다르지만 어쨌든 같은 것을, 하나를 보고 있는 거야.
통일에 대한 우리의 마음도 하나일까?

안녕! 나는 남한에 사는 우지윤이야. 이제 중학교 2학년이고 노래 부르기와 글쓰기, 운동하기를 좋아해. 북쪽에 사는 너희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남쪽의 아이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수학을 매우 싫어해. 그러나 언젠가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 마치 우리가 통일이 언젠가는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야.

그런데 이번에 처음 드는 생각이 하나 있어. 우리는 왜 통일을 해야 할까? 적어도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통일이 되기를 바라지만, 현재 각자의 삶에 만족하고 있어. 그런데 왜 통일을 해야 할까? 어떤 변화를 기대하고 꿈꾸며 통일을 하자고 하는 걸까? 정말 모르겠어.
그 이유를 어른들께 여쭤보고 싶지는 않아. 내 답을 스스로 찾아보고 싶거든.
더 강력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통일을 해야 할까? 통일로 인해 우리나라가 더 강해진다는 근거가 없는 걸? 그렇다면 국토를 넓히기 위해? 조금 어이없는 반박일지 몰라도 나는 우리나라가 좁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데다가 너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

아무래도 이유를 알아내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거 같아. 그래도 해야 한다고 느끼고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어쩌면 통일은 그런 걸 거야.
이유는 없지만 의미는 있는 것들이 있듯이, 이유는 없지만 해야 하는 것들이 있겠지?
어쩌면 통일은 그런 걸 거야.

 

어쨌든 통일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치자. 그런데 꼭 통일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왜 우리는 꼭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말할까?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것이 부끄러워서?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전쟁이 두려워서?
분단국가라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 이런 나라도 있으면 반대로 저런 나라도 있어야하는 법이니까 . 전쟁이 두렵다? 그러면 화해하고 남한 북한 따로따로, 그러나 행복하게 살면 되잖아?
나도 물론 알고 있지. 말은 쉽다는 걸. 그리고 실제로는 이렇게 단순하지도 않다는 걸.
그러나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걸, 왜 하는지 몰라도 따로따로 행복하게 살 수 있어도 통일이란 해야 하는 우리의 숙제나 다름없겠지?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어찌 보면 귀찮고 필요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도움이 되는 학교숙제처럼 말이야.

 

우리 반은 모두 12명이야. 여자가 5명이고 남자가 7명이지. 우리 반이 여행을 가서 길을 걷고 있는데, 내가 굉장한 소식 하나를 친구 채영이에게 말했다고 치자. 채영이는 친구 현서에게, 현서는 임지윤에게, 임지윤이는 지인이에게 그 소식을 전할거야. 지인이는 그 소식이 너무 멋지고 신기해서 관우에게 전하고, 관우는 관심을 가지고 들은 다음에 다른 남자 친구들에게 그 이야기를 하겠지? 뒤쳐져서 오던 지승이가 관심을 보이며 궁금해 하면, 범수나 준혁이가 알려주겠지. 그러면 지승이는 같이 오던 친구 정우에게도 전할거야. 결국 내가 말을 꺼낸 지 5분도 채 안되어서 12명 전체가 그 이야기를 알게 되는 거지.

그런데 여기서 내가 두 번을 사용한 낱말이 있어. 달랑 두 글자지만 아주 큰 힘을 가지고 있어서 통일에 아주 큰 기여를 할 낱말이야. 그 낱말은 바로 관심이야.

관우나 지승이 중 한명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면 반 전체가 다 그 이야기를 알기는 힘들었을 거야. 그것처럼 우리 한명 한명이 먼저 관심을 가지고 행동한다면 통일은 사람들에게 조금 더 가까운 주제가 되고, 그럼으로 빨리 이루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

내 편지를 처음 읽었을 때 무언가 이상한 점을 눈치 챘을 거야. 3.8선 건너의 너에게 보내는 편지가 아니라, 너이자 나에게 보내는 편지라고 썼거든.

. . ?

어른들은 이 지구, 그러니까 이 세계가 하나라는 말을 써. 이 세계가 하나라면 남한과 북한도 하나겠지.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고, 너와 나도 하나야. 같은 세계에 속해있는 데다가 같은 피까지 흐르고 있지.
하나라는 건 같다는 거야. 그러면 우리는 하나니까,
곧 이렇게도 쓸 수 있는 거지.

 

201522

3.8선 안쪽의 너이자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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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성한의원 신재용 선생님께서 <그리스 신화와 의학의 만남>이란 책을 보내주셨다. 언젠가 방송에서 사상체질에 대한 설명을 하실 때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를 예로 들어 설명하시던 기억이 떠올랐다. 물론 지금은 그녀 스칼렛 오하라의 체질을 소음인이라 했었는지 소양인이라 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동양의학의 한 줄기인 사상체질을 설명함에 외국 소설의 여주인공을 예로 들어 설명하는 자체가 참 독특하고 신선해서 좀 끌리는(?) 한의사 선생님이었다. 그 한의사 선생님께서 버킷 리스트 중 하나라며 펴내신 책이기에 더 의미 있게 읽었다.

 

뭐 눈엔 똥만 보인다더니 역시 내 눈엔 아이들의 건강에 관한 내용이 들어왔다. 중학교 2학년의 아이를 둔 부모가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이 뭘까? 공부 말고. 바로 키다. 큰 키를 물려주는 것은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키는 성장기 아이를 둔 부모님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주제다. 작은 고추가 맵다거나 링컨도 작은 키였다거나 하는 식의 위로는 최후의 수단이다. 당장은 키를 크게 하는 게 중요하다.

 

본문 147쪽 오가피에 대한 설명이 확 들어왔다. 오가피는 황칠 인삼과 더불어 오갈피과 3형제에 해당하는 약재로서 만병통치약재로 불린다. 오가피는  풍기와 습기를 제거하며 심장을 강하게 한다. 풍기와 습기 제거. 요즘 방풍나물이 인기다. 풍을 막아준다는 방풍나물의 효능이 오가피에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풍기 제거에 좋다한다고 오가피가 눈에 띄었으랴. 아니다.
 ‘
근육과 뼈의 성장에 좋고 소아발육에도 좋다.’ 이 부분 때문에 오가피가 내 눈에 그리고 내 머리에 내 마음에 들어온 것이다.

 

그러면 오가피를 어떻게 먹을 것인가, 아니 먹일 것인가.

오가피 새순은 쌈으로 먹을 수 있다.

봄소식과 함께 어여쁜 연두색으로 피는 잎은 쌉싸름한 맛이다. 그러니 아이들은 썩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맛있는 훈제오리나 삼겹살 구이를 먹을 때 상추에 곁들이는 쌈으로 먹일 수 있다.

오가피 잎을 먹을 수 있는 시기는 음력 3월 한 달 정도다. 음력 4월이 되면 쓴맛이 더욱 강해져서 아무리 약이라고 생각해도 어른도 먹기 힘들다. 그러니 3월에 새순을 따서 오가피 장아찌를 담아도 좋다. 새콤달콤한 장아찌를 만들어서 김밥 쌀 때 단무지 대신 살짝 넣어줘도 된다. 살짝 넣어야지 표 나게 넣으면 햄만 골라먹고 오가피장아찌는 골라낼지도 모른다. 이대목에서 엄마의 수위조절이 필요하다.

가을이 오면 오가피 나무에 열매가 열린다. 잘 익은 오가피 열매는 짙은 보랏빛이 난다. 그 열매를 따서 오가피 효소를 담가 먹이면 된다. ‘키 크는 한약이다.’ 라고 줘도 될 만큼 한약 맛이 난다. 스스로 키에 욕심을 부리는 아이라면 참고 먹겠지만, 그런 아이가 몇이나 될까. 그러니 또 살짝 속여서 먹여야지. 돈가스 소스 만들 때 오가피효소를 추가로 좀 넣고 만들면 좋다. 아니면 매운 돼지고기 양념에 넣어도 된다. 대부분의 효소가 그렇듯 발효과정에 설탕이 들어갔기 때문에 어떤 요리에든 조금씩 넣는 건 가능하다.

오가피는 나무다. 그래서 가지치기를 한다. 가지치기한 나무는 잘게 토막 내서 잘 보관해 두었다가 복날 닭요리에 넣고 백숙을 하면 된다. 백숙을 하고 건져낸 나무는 물에 잘 씻어 말려서 아이들에게 놀잇감으로 주면 좋다. 주로 아이들은 백숙에서 건져낸 나무 조각을 주면 캠프파이어 형태의 장작더미처럼 쌓고 논다. 잘 마른 오가피나무를 쌓아놓고 작은 캠프파이어를 하는 경험은 아이의 키뿐만 아니고 추억까지 크게 해줄 것이다.

 키가 커야한다. 너무는 말고 딱 멋져 보일만큼만. 그러나 키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내면이다. 외모의 부족함을 뛰어넘을 수 있는 내면의 힘! 그 힘의 아름다움!

신재용 선생님도 <동의보감>의 한 구절을 인용해서 다시금 일깨워주셨다. 내면의 힘을.
생사가 모두 꿈과 같은 것이다. 이것을 깨달으면 마음이 스스로 청정해지고 병이 생기지 않는다.’ <그리스 신화와 의학의 만남> 본문 323

긍정적인 방법으로 외적 미를 가꾸려고 노력해도 안 될 때 비로소 이런 위로를 해도 좋을 것이다.
작은 고추가 맵다더라....
링컨도 아주 작은 키였다더라...
그런 위로를 수용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갖춘 아이들로 키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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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새 차를 몰고 옵니다. 아빠가 오는 어귀에 아들은 마중을 나갔습니다. 정확히 차를 마중 나갔습니다. 아이들 두 돌 때 부터 11년을 함께한 차가 더 이상 우리 가족의 애마 역할을 할 수 없어 새 차를 맞이하게 된 첫날입니다. 그렇게 좋을까! 앞치마를 벗어놓고 나도 구경을 갑니다, 정확히는 아들을 구경 갑니다.

아들이 차를 보고 한 첫마디는 이랬답니다.

이게 우리 차야? 이게 진짜 우리 차야? ”

아들을 따라 차에 탔습니다. 아들이 말합니다.

여기가 천국이네!”

그렇게 좋으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되묻습니다.

그럼, 엄만 안 좋아요?”

 

과일과 북어포와 막걸리와 시루떡과 돗자리를 주섬주섬 챙겨서 집 근처 인적이 뜸한 큰길로 갔습니다. 옛 풍습이라 무시하긴 그렇고, 그렇다고 하자니 쑥스러운 고사를 지내러 간 겁니다. 쑥스러움을 없애려고, ‘이건 일종의 파티야, 즐기는 거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맘 한켠은 쑥스럽고 또 한켠은 엄숙해지고...

 

차를 향해 절을 하고 바퀴에 막걸리를 붓고 하다가 그 쑥스러움을 못이긴 아빠가 말합니다.

최첨단 기계를 놓고 절을 하다니  ...”

그때 아들이 말했습니다.

최첨단에 마법을 거는 거지!.”

고사를 준비하던 내내 엄숙하고 진지하던 아들의 마음이 찡하게 다가왔습니다.

 

우리 차는 마법에 걸린 차입니다. 우리 가족과 함께 하는 내내 안전하고 행복한 길로 이끌라는 주문에 걸린 신비한 차입니다.

 

그리고 나는 마법에 걸린 엄마입니다. 언제까지고 아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마법에 걸린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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