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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09 속담을 해치워? - 메타인지력

2. 속담을 해치워?

어제 지승이 학교 숙제가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라는 속담을 넣어 주장하는 글을 쓰라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피곤해서 숙제를 시켜놓고 먼저 잤습니다. -요즘은 9시만 넘으면 잠이 쏟아지니 어쩌면 좋습니까. 대신 새벽 5시면 눈이 떠지니 이거 벌써 신체리듬이 노령기에 접어든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 아침에 보니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을 넣어 숙제를 해 논 겁니다. 그래 부랴부랴 다시 숙제를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모두가 겸손(겸손은 잘난 체 하지 않는 거라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한 사람이 되면 우리는 그 속담을 해치울 수 있다.’고 쓰는 겁니다. 칼쌈하는 시늉까지 하면서요. 그래서 어떻게 해치우냐고 반문했더니,

“우리가 모두 겸손하면 그 속담이 더 이상 쓸모없게 되니까 해치우는 거지요.”

하는 겁니다. 와아!!!! 창의적인 우리 아들. 맞지요?

그저께인가 숙제는 속담을 찾고 의미를 써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리 밭에 뱀이 나왔을 때 외할머니께서 해 주신 속담을 들려주었습니다.
'호랑이 굴에는 들어가도 뱀 굴에는 안 들어간다.'
 호랑이는 사람한테 들키면 사는 굴을 옮기지만 뱀은 사는 굴을 옮기지 않는다는 동물의 습성을 관찰한데서 얻은 과학적인 속담입니다. 지리산에서 국립공원지기로 일했던 분의 설명을 들으니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해 등산로 주변의 뱀을 잡기도 하는데, 옛날에 뱀이 나왔던 곳에 가서 잡는다는 겁니다. 그러니 뱀이 사는 굴을 옮기지 않는 것이 사실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호랑이 굴에는 들어가도 뱀 굴에는 안 들어간다. 왜 그럴까?’

왜 그럴까 물었더니 아들이 웃으며 선뜻 대답하는 겁니다.

“왜냐하면 호랑이는 친하고 좋아서. 왜 책에 나오잖아요.”

3학년 읽기에 <어흥, 호랑이를 만나볼래?>라는 글과 함께 호랑이 등에 업혀 노는 댕기머리 소년의 행복한 얼굴이 삽화로 나와 있습니다. 아들은 호랑이 굴에는 가도 된다는 과학적 근거에 의한 속담을 호랑이에 대한 우리 조상들의 문화적 인식으로 해석한 것입니다. 이것 저것 아는 것을 조합해서 새로운 것을 해석해 내는 능력. 메타인지가 발달한 것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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