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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의 고전 누룽지와 식빵과자

오랜만에 좋은 친구들을 만날 때 뭐 좀 나눠 먹을까 궁리하다 누룽지를 들고 가기도 한다. 왜냐하면 내가 누룽지를 귀한 간식거리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내 아이 또래의 아이들이 있는 친구들이라서 아이 간식 주라고 챙겨다 주는 것이다. 대부분 일을 하는 친구들이라 반전업인 나와는 처지가 달라 누룽지 눌려서 아이들 간식 하라고 줄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음을 짐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누룽지를 받은 친구는
“ 우리  애들 아빠가 좋아하겠다.”
한다.

누룽지는 2006년에 아이로서 살아가는 사람에게 보다 60~70년대를 아이로서 살아온 사람에게 행복하게 다가가는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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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룽지에 대해 간직하는 최초의 기억은 막내 고모네서 먹은 누룽지이다. 연탄 아궁이에서 한 밥이었는지 석유 난로 위에서 끓인 밥이었는지, 어떻게 생긴 양은 솥이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비록 내가 그 누룽지를 손에 받아 든 장소가 고모네 집 부엌 문간에서였지만 다른 기억은 없다. 그저 따끈따끈하고 노릇노룻한 누룽지에 설탕을 골고루 뿌려서 고모는 내개 주었고 지금도 그 때의 장면을 떠올리면 따뜻함과 고소함, 달콤함에 사로잡히곤 한다. 그 아름다운 추억을 주신 막내 고모의 고운 모습이 떠오른다. 다음에 만나 뵐 땐  내 추억속의 누룽지처럼 향기로운 추억담과 함께 누룽지를 좀 만들어다 드려야겠다.

예나 지금이나 누룽지를 구멍 없이 한 판 잘 긁어내는 것은 보통 기술로는 되지 않는다. 만약 가마솥에 하는 밥에서 얻는 누룽지라면 내공이 있어야 한다. 어렸을 때 집안에 큰 일이 있으면 큰 가마솥에 밥을 하는 걸 보았다. 밥이 끓으면 아궁이에 불을 꺼내 솥뚜껑위에 올려놓았다. 위가 설익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이었으리라. 그런데 그렇게 한 밥솥에 누는 누룽지는 정말 예술이었다. 밥을 알뜰히 푸고 한참을 놔두면  밑에 눌은 누룽지가 솥 바닥에서 저절로 떨어지는데, 아마 가마솥의 은근한 열기가 누룽지의 수분을 날려 보내고 그래서 생기는 수축현상이 그 이유인 것 같다.

나는 보통 프라이팬과 찬밥을 이용한 누룽지를 만들기 때문에 내공까지는 없고 그저 인내와 정성으로 누룽지를 만든다. 보통 프라이팬에 밥 두 공기 정도의 분량으로 누룽지를 한 판 마드는 데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 때로 너무 바쁠 때는 프라이팬에서 형태를 만들고 전자렌지를 이용해서 수분을 증발시키고 바삭거리는 느낌이 나게 굽는다. 전자렌지에 2분 정도 가열하고 꺼내서 수분을 증발시키고 하는 과정을 대여섯 번 반복하면 바삭바삭한 누룽지가 된다.

가끔 옛날 생각이 나서 누룽지가 먹고 싶어도 도대체 누룽지가 생겨야 말이지. 전기밥솥은 물론 압력솥도 ‘쉭쉭쉭쉭’ 하는 요란한 소리를 내서 언제 불을 꺼야하는지 알려주기 때문에 도대체 누룽지를 얻을 수가 없다. 어쩌다 밥 양이 많아서 압력솥 밥이 눌어붙지도  하는데, 그렇다고 노릇노릇한 누룽지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던 중 친정 형님이 프라이팬에 누룽지를 만드는 것을 보았다. 그때부터 우리 집엔 찬밥이 남아날 틈이 없다. 그 전엔 찬밥이 남으면 참 성가시고 싫었다. 다른 식구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 따뜻한 밥 먹는데 나 혼자 찬밥 먹기도 싫고. 그런데 내가 프라이팬을 이용해 누룽지 만드는 재미를 들인 후로는 누룽지용 찬밥을 만들기 위해 쌀을 한 컵 더 푸기도 한다.

물론 내가 만드는 누룽지에는 설탕을 뿌리지 않는다. 내가 어렸을 때는 설탕이 귀하던 시대였으므로 고모는 나에게 설탕을 듬뿍 뿌린 누룽지를 주셨다. 그러나 요즘은 설탕은 모든 성인병의 주범쯤으로 인식되고 있으니 오히려 설탕을 뿌려주면 실례다.  가끔은 별미로 통깨를 섞어 통깨 누룽지를 만들기도 하는데 아이들에게서 별다른 반응이 없다. 그저 누룽지는 바삭거림과 구수함만 있으면 다 갖춘 것이다.

내가 누룽지를 만드는 재미에 한참 빠져 있을 때 친구가 집으로 놀러 온 적이 있다. 가슴아픈 일이 있었던 친구를 위로도 할 겸  우정도 보여 줄 겸해서 하트모양 누룽지를 만들어 주었다. 그날 친구는 ‘너 이런 것도 다 만드냐?’ 하며 웃었고, 우린 같이 앉아서 가슴속의 아픔에 대해 오래 이야기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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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룽지는 내 아이들이 유치원 다닐 때 준비해다 주는 간식에도 포함되었다. 학기 추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아이들 간식에 대해 ‘쵸코00도 안 주면 좋겠다. 색소와 향 투성이 사탕도 안 주면 좋겠다. 화학 조미료가 든 과자도 안 주면 좋겠다. ...  ’ 이런 주문을 했었다. 그러니 유치원 담임선생님은 오죽 힘드셨으랴.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아이들 간식을 가끔 만들어다 드렸었다. 누룽지를 아이들 손바닥보다 작게 잘라 한 쪽씩 나눠주는 것이지만 30명의 아이들이 한 쪽씩 먹게 주려면 꽤 공을 들여야 했다. 아이들에게 좀 특별한 먹거리를 대해 보는 추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인데 ...

내가 아이들 간식을 고를 때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가 ‘트랜스 지방이 없는 것’이다. 한 텔레비전 프로에서 ‘트랜스 지방의 두 얼굴’에 대해 보도한 바와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에서 밝힌 트랜스 지방산의 유해성에 대한 내용은 나를 놀라게 했다. 외국의 경우 -나라 이름이 생각 안남- 인스턴트 식품에 트랜스 지방의 함량을 규제하는 법이 있다는데 우리나라 식품 위생법엔 아직  허용기준치가 명시되어있지 않다고 하니 현재로선 소비자 스스로 골라먹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식품을 고를 때 트랜스 지방이 없는 간식만 골라도 50%는 성공한 거라는 기준을 세우고 있다. 쇼트닝, 마가린과 같은 수소첨과 경화유는 그 생산가공 과정에서 트랜스지방산이 생성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성분표시를 보고 가공식품을 구입을 하는데 도무지 그런 것들이 안 들어간 식품을 보기가 힘들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과자를 직접 만들어 보려고 밀가루와 삶은 고구마를 으깬 것을 반죽하여 기름을 두르지 않은 프라이팬에 구워보았지만 바삭바삭 해지지 않았다. 두 번째는 반죽을 할 때 올리브 오일을 많이 넣고 해 봤지만 역시 바삭한 맛을 낼 수는 없었다. 물론 좋은 재료를 넣은 바삭거리는 고급 쿠키를 파는 곳도 있지만 나 같은 알뜰파가 사서 먹기엔 너무 비싸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한 것이 식빵과자다. 쇼트닝이나 경화유라는 표시가 없는 식빵을 사서 바삭하게 과자로 만들어 주었는데 그 작업에 걸리는 시간이 또 보통이 아니다.

먼저 샌드위치용 식빵을 사서 빵칼로 포를 뜨듯이 얇게 저민다. 얇아야 바삭하게 만들기가 쉽기 때문이다. 얇은 식빵을 토스트기에 넣고 노롯노릇 한 번 구워 식힌 후 다시 한번 더 굽는다. 한번에 오래 굽지 않고 3분이나 2분 정도로 두 번 반복해서 굽는 것은 식빵을 태우지 않고 식빵속의 수분을 제거하기 위한 거다. 이렇게 구운 식빵을 날씨가 건조할 땐 바싹 마를 때까지 자연건조 시킨다. 날이 습하거나 시간이 없을 땐 누룽지를 만들 때처럼 전자렌지에 가열해서 수분을 증발시킨다.

제과점에서 파는 식빵과자는 기름에 튀겨서 바삭한 질감을 내는 거라면, 기름에 튀기지 않고 바삭한 질감을 얻기 위해 두 번 굽고 건조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다. 겉모양은 볼 품 없지만 식빵과자를 우리 아이들은 아주 좋아한다. 물론 아이들 유치원 친구들도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선생님 말씀)

누룽지도 식빵과자도 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건강한 주점부리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으로 만든 것이다. 이런 노력이 사회 전체의 노력으로 이어져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좀 더 나은 먹거리를 누리며 살길 바란다. 그래서 누룽지나 식빵과자를 만들 시간이 없는 이 땅의 일하는 엄마들도 먹거리 걱정을 덜 해도 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생각난 김에 내일 나들이에 먹을 식빵이나 구워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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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놀이 어때요. --비닐 팩 풍선과 밥풀과자

입으로 호기심을 푸는 시기에 하기 좋은 놀이가 바로 비닐 팩 풍선놀이를 했다; 일반 딸랑이와는 달리 부피가 커서 양팔로 안는 느낌도 좋고 던질 수도 있고 소리도 나고 흔들면 흔들거리는 속안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없을까 하다가 팩 풍선을 생각했다. 문방구에서 파는 풍선은 고무 냄새가 심해서 입으로 빨고 놓기에는 부적합했다. 물론 투명하고 고무 냄새도 안 나는 공을 파는 것이 있지만 거기엔 내용물을 내 맘대로 바꿀 수 없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 비닐 팩을 풍선을 만들어 주면 안에 내가 원하는 물체를 넣을 수 있어 좋았다. 색종이를 찢어 넣고 흔들 때도 좋았지만 탁구공을 놓고 흔들 때가 가장 좋았다. 그런데 한 가지 흠이라면 바람이 잘 빠진다는 거였는데, 좀 귀찮지만 다시 묶으면 되니 괜찮다.

아이들은 성장 자체가 곧 배움이다. 눈을 맞추는 것도 주먹을 한입 집어넣고 빠는 것도, 대변과 소변을 가리는 것도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 배워지는 것이다. 아이가 손가락 하나하나를 맘대로 조정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 소근육을 움직이는 것이 두뇌발달에도 좋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크레파스를 쥐어주기는 좀 이른 것 같을 때. 그럴 때 했던 놀이가 밥풀과자 주워 먹기였다. 시중에 파는 쌀 뻥튀기는 대부분 뉴슈가라는 감미료를 놓고 튀긴 것이다. 뉴슈가의 단 성분이 바로 사카린 나트륨이다. 아무래도 인공 감미료라서 맛이 강할 것이고 강한 단맛에 첫 입맛을 들이면 안될 것 같아서 꺼려졌다. 그래서 아무것도 넣지 않고 그냥 쌀만 뻥튀기 하는 곳에서 직접 튀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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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넓은 쟁반에 밥풀과자를 주지만 어느새 쟁반은 엎어지고 방바닥 가득 밥풀과자 천지가 된다. 애당초 의도는 손가락으로 집어먹으라는 거였지만, 가만 보니 손바닥에 붙은 걸 핥아먹는 수준이다. 그것도 요령 있는 딸은 손바닥에 침 바르고 철썩 철썩 바닥을 쳐서 묻혀 먹는데, 아들은 빈 주먹만 입에 들어가기 일쑤다. 그나마 어쩌다 손에 붙은 과자가 입으로 가는 도중 떨어지고 말 때는 내가 더 안타까웠다. 세상에, 밥풀과자 몇 개 흘리고 못 먹는 것도 안타까운데 나중에 커서 자기가 원하는 걸 잘 못하면 부모로서 얼마나 안타까울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아이들이 부모 뜻대로 안 될 때 야단치는 마음이 미움이나 원망이 아닌 안타까움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일곱 살인 아들이 그런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아직까진 야단보단 위로와 격려의 말을 많이 하는 부모가 되려고 하고 있다. 자식은 나이 60이 되어도 부모 눈엔 애들이라는데, 내 아들이 60이 되어도 ‘넌 최선을 다했으니까 괜찮아. 노력하면 더 잘 할 거야.’ 라고 말하는 부모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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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솔바람 2007/02/10 02: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뉴슈가에 대한 나의 생각^^

    쿠~사카린 나트륨이다. 맞다. 과학적으로 분석했을 때 나오는 성분은 분명 사카린 나트륨이다. 옛날 우리 집에서는 설탕대신 뉴스가를 사용했다. 우리 집뿐만 아니라 60-70년대를 살아왔던 모든 서민들이 단 맛을 내기 위해서 사카린을 사용 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요즘은 설탕도 안 먹는 사람들도 많이 생겼다. 맛 보단 건강이라는 웰빙을 위하여 설탕을 포기하고 농산물 영양재인 비료도 경시하는 사회가 되었다. 대 다수가 궁핍했던 예전 보다는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이 많아서 생긴 현상으로 한 국가의 경제성장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다.

    우리 집에선 아직도 뉴슈가를 쓴다. 주로 옥수수를 삶아 먹을 때가 우리 집 뉴슈가가 위력을 발휘 한다. 아, 그 달콤쌉싸라한 맛의 비결은 어머니가 집어 넣은 뉴슈가(다른 말로 다은이라고 한 것도 같다)가 우리 집 삶은 옥수수를 마법에 걸리게 한다. 솔농원 표 삶은 옥수수 참 맛 있다. 그런데 뉴슈가 빠진 삶은 옥수수는 팥소 없는 붕어빵 같은 맛이다. 팥소 없는 붕어빵을 먹을 것인가, 제 철에 나는 뉴슈가 맛이 들어간 옥수수를 먹을 것 인가는 선택의 문제이지만 과학적 분석도 필요 할 것 같다. 7월 한 달에 옥수수를 삶은 옥수수를 몇 통이나 먹고, 그렇게 평생 먹었을 때 몇 통이나 되며 그 먹은 옥수수에 들어있는 뉴슈가는 그 기간 동안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 생각엔 먹을 때 축적된 사카린 성분은 안 먹을 때 자연스럽게 인체 면역체계의 힘으로 충분히 막아내고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난 뉴슈가 들어간 삶은 옥수수 인지 알면서도 신경 안 쓰고 맛있게 먹는다! 진짜 맛있다. 어머니가 뉴슈가 *.듬뿍? 넣어서 삶은 솔농원 표 삶은 옥수수!!!

    *.듬뿍은 그냥 알 맞게 넣었다는 다른 표현 임을 알림니다.^^

    소구리 하우스에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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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숨쉬는 가자미- 식혜


홍합에 대한 이야기가 과거형의 추억이라면 가자미 식혜 이야기는 미래진행형이다. 지금부터 쭈~욱. 가자미 식혜를 완성할 때 까지 이어질 희망의 이야기다.

오랜만에 친구 둘을 만나 와인 한 잔 마셨다. 집 식구들이 잘 안 먹는 것 먹어 치우는 차원에서 훈제 연여 꺼내고 (그렇게 말해도 안 섭섭한 사이), 그것만 밋밋하여 와인 한 잔씩 따랐다. 연어보다 와인보다 좋은 건 역시 친구. 이런 저런 얘기하다 ‘너 혹시 가자미 식혜 먹어 봤니?’ 물었다. 아니라는 대답이다. 역시 가자미식혜는 흔치 않은 음식임에 틀림없다. 흔치 않은 귀한 음식이기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우리 나라 음식의 매력은 발효에 있다. 각종 김치, 된장을 비롯한 장류, 그리고 가자미 식혜! 요즘 난 가자미 식혜의 매력에 흠뻑 취해있다.

김치가 잘 익은 김치통은 뚜껑이 부풀어 오르는 걸 볼 수 있다. 김치가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가자미를 담아 놓은 통도 뚜껑이 부풀어 오른다. 죽어서도 숨쉬는 가자미!

해물을 소금에 절여 삭히는 젓갈과 달리 가자미는 가자미를 양념에 버무려 발효시킨다. 기장으로 밥을 지어 가자미와 섞어 같이 발효시키는데, 살짝 절여 물기를 짠 무채를 넣고  고춧가루 마늘로 양념하여 먹는다. 기호에 따라 발효시킬 때 엿기름을 쓰기도 한다. 잘 익은 가자미는 뼈까지 몰랑몰랑하게 삭아 뼈째 먹는다. 그래서 가자미 식혜는 칼슘 보급원으로도 좋다.

생선은 회, 탕, 구이, 어포 등 만드는 방법이 다양하다. 거기에 식혜라는 새로운 영역이 하나 추가되었다. 그 영역에 발을 들여놓아 성공(?) 하면 친구들을 부르리라. 불러 안 어울릴 것 같은 화이트 와인 한 잔씩과 가자미 식혜 한 접시의 조화가 어떻게 사람을 흥건한 그리움에 젖게 하는 지 보여주리라.

그리움의 시작은 가자미 식혜. 가자미의 허물도 기장 낱알도 무의 속살도 영역 없이 넘나드는 가자미 식혜의 포용력에 안기리라. 추억의 메모장 하나씩 들고 올 친구들아, 서로의 그리움을 안아 주자꾸나!

후기 -- 작년에 선물 받은 가자미 식혜를 잘 드시기에 올 해는 직접 무 양념을 했다. 기장을 넣어 삭은 가자미가 속초에서 왔고 거기에 내가 무채를 넣고 양념을 했다. 내 입엔 맛있어 죽겠는데 시어머님이 잘 안드신다. 그래서 이유를 여쭤봤더니 작년에 선물 받은 것은 맛있었는데, 올해 건 가자미 냄새가 나서 이상하다 신다. 아하, 알겠다. 어머님은 반찬으로 드셨으니 맛을 정확히 짚으신 거고, 나는 와인 안주로 먹었으니 가자미냄새를 못 느꼈던 것이다. 와인이 가자미 냄새는 없애주고 와인 한 잔에 떠오른 추억의 향취만 전해준 탓이다. 어쩌나, 할 수 없이 이번 가자미 식혜는 와인하고만 먹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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