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학교 일기 주제가 친구 사이의 우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뭐 특별히 쓸 게 없다고 고민을 하기에 옆에서 조언을 했습니다.

“지윤아. 그럼 이러면 되잖아, 수학 시간에 니가 발표한 답이 틀렸을 때 ‘에이 지윤아 그게 아니지~~.’하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건 기분 나쁘고 속상하니까 틀려도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쓰면 되잖아. 작은 일에서 친구 기분을 생각해 주는 게 우정이라고”

그런데 결국 그 안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거절을 했습니다. 앞으로는 절대로 발표를 안하겠다는 딸이 간접적으로라도 불만을 이야기 할 기회를 가지면 속상한 게 좀 풀릴까 싶어 위로 겸 한 제안이었는데 딱 거절입니다. 우정에 대해서 쓸 말이 없다고 고민을 하다가 갑자기 <십오 소년 표류기> 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딸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는지 내가 먼저 말했는지 하루 지난 시점에서 막 헛갈립니다. 그러나 어쨌든 <십오 소년 표류기>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우정에 관한 딸의 일기 숙제는 해결이 되었습니다.

저녁에 아빠와 이야기를 하면서도 <십오 소년 표류기>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아빠도 초등학교 2학년 때인가 3학년 때 동네 할아버지께서 선물해주신 <십오 소년 표류기>를 정말로 재미있게 읽었다고, 다음에 아빠도 다시 읽어 보겠노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아빠는 소년들이 두 패로 갈라졌다는 내용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아빠가 이 책을 다시 읽고 딸과 더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되길 바라며 그날이 오면 지승이도 읽고 요 아래 지윤의 글에 댓글을 달아주길 바랍니다. 책을 읽고 같이 대화하는 가족, 꿈꾸던 이상형의 가족입니다.

어제 일기를 쓰는 딸을 보며 일기나 독후감은 시켜서 되는 게 아니라 쓰고 싶어서 써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일기가 얼마나 쓰기 싫으면 어른들에게도 일정 분량을 정해주고 매일 일기를 쓰라고 해야 한다는 둥, ‘일기는 지겨워’ 라는 제목으로 일기를 쓰는 둥 몸살을 하는 딸이 한 장 반이나 되는 분량의 일기를 썼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아주 즐거워했습니다. 일기나 독후감이 연습이 필요한 건 맞습니다. 그러나 연습을 지나쳐서 본 경기엔 출전도 못 할 일이 벌어지면 안 되는 것처럼 일기나 독후감도 적당히 연습시켜야 합니다. 학교생활에서 그 ‘적당히’를 정하기가 어려워서 힘들지만, 교사의 몫이 바로 그 ‘적당히’를 잘 하는 데 있지 않나 싶습니다. ‘대충’의 의미보단 ‘적절히’란 의미의 적당히.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에 대한 믿음이 그 ‘적당히 교육’의 바탕입니다. 내 아이들의 선생님들께 신뢰를 보내며 <십오 소년 표류기>를 시작합니다.

**** 살아남기 라는 만화책이 있습니다. 일명 학습만화라는 미명하에(^^ ?) 살아남기 시리즈와 *** 보물찾기 시리즈로 아이들에게 친근한 책입니다. 외사촌 오빠들이 물려주어서 시리즈를 그야말로 시리즈로 구비하게 된 지윤지승이 방학 내내 그 책만 보려해서 결국 금서로 지정을 했습니다. 볼만큼 보아서인지 아님 만화책과 줄글책이 있을 땐 당연히 만화책으로 손이 가게 된다는 걸 인정해서인지 살아남기 시리즈를 싸서 치우는 데 동의 했습니다. 지승이 줄글을 줄줄 읽을 줄 알아 그 재미를 알게 된 연후에 금서에서 해지 시켜줄 생각입니다. 다른 친구들도 하리하우스 도서실을 ‘만화방’이라 부르기에 취한 조치이기도 합니다.

그 *** 살아남기의 원조 이야기가 쥘 베른의 <십오 소년 표류기>가 아닌가 합니다. 같은 계열로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와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과 이후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을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모두 위기 상황을 이겨내는 인간의 지혜와 운명 공동체 안에서 협력과 분쟁을 내용으로 하는 책들입니다. 권력욕이 인간성에 감동되어 화해하는 내용이 <십오 소년 표류기>라면, 미지의 자연에 대한 원초적 두려움과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화해할 수 없는 공황상태로 치닫는 것이 <파리 대왕>입니다. <로빈슨 크루소>나 <톰 소여의 모험>은 집단의 ‘살아남기’ 라기 보다는 개인의 끈기와 기지로서 고립 상황을 이겨내는 이야기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로빈슨 크루소>나 <십오 소년 표류기>, <파리 대왕>의 상황설정은 생존을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하는 극한 상황이라면 <톰 소여의 모험>은 톰의 가출 소동 정도이니 비교 상황이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톰 소여의 모험>은 같은 작가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나 에리히 캐스트너의 <라스무스와 폰투스> 정도의 책과 같이 이야기 되는 게 옳다고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십오 소년 표류기>를 떠올림에 줄줄이 <톰 소여의 모험>이 떠오르는 건 교육의 힘이 아닌가 합니다. 학창시절 ‘<십오 소년 표류기>와 <톰 소여의 모험>은 모험에 관한 이야기다’라고 배웠던 때문에 나도 모르게 저절로 줄줄 떠오르게 된 겁니다. 여기서 나의 기준으로 굳이 구분을 하자면, <로빈슨 크루소>와 <파리 대왕>은 어른들을 위한 살아남기 모험담이고 <십오 소년 표류기>는 청소년을 위한 살아남기 모험담이고 <톰 소여의 모험>은 <라스무스와 폰투스>와 같이 어린이를 위한 가출 모험담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십오 소년 표류기>는 아이들이 더 커서 읽기를 바랬는데, 2학년 때 딸이 읽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있다며 해를 넘기고도 자주 꺼내보니 더 깊이 이해할 여지가 남아서 다행입니다. 아들이 이 책을 재미있게 볼 때까지 딸의 <십오 소년 표류기>에 대한 사랑이 식지 않길 바랍니다. 그런데 이 책의 원제목이 <2년간의 휴가>랍니다. ‘휴가’ 라는 말만 들어도 책의 내용이 비극적이지 않음을 짐작 할 수 있습니다. 끝이 해피엔딩이라 아이들이 읽기에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우정에 관한 지윤이의 일기

제목: 사랑

선생님께서 <친구사랑>을 주제로 일기를 써 오라고 하셨다. 이 일로 나는 지금 열심히 생각중이다. 무순 내용을 쓸 지 말이다. 아! 생각났다. 나는 이 내용을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3-3반 친구들아~

안녕! 나는 며칠 전에 <십오 소년 표류기>라는 책을 읽었어. 그곳에 나오는 15명의 소년들은 모두 사이좋게 지내는 친구들이야. 그렇지만 단 2명, 브리앙과 드니팬이라는 소년만이 사이가 나빴어... 하지만 결국엔 먼저 싸움을 브리앙에게 잘 걸던 드니팬도 미안하다고 말하며 다시 우정 깊은 15명의 소년들로 되었어.

그리고 한가지 웃긴 이야기를 들려줄게.

그 15소년 중 서비스라는 아이가 있어. 하루는 3~4명의 소년들이 탐험을 하다가 함정을 하나 발견했어. 그 함정들 중 하나의 함정엔 뼈들이 있었어. 그것을 보고 윌콕스라는 아이가 뼈를 주우려 함정 속으로 내려갔어. 그러고는

“네 발 달린 짐승이야. 다리 뼈가 넷이나 있어.”

라고 말했어.

그랬더니 서비스가

“다섯 발 달린 짐승은 아직 못 보았거든.”

하고 말했어.

그 말을 듣고 그 서비스만을 제외한 3명의 아이들이 하하하 하고 웃었어.

나는 이 얘기를 듣고 안 웃을 수가 없었어. 내가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 이 4 소년, 즉 15명의 소년들처럼 즐겁게 웃고 지내자는 이야기야~~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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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 하리하우스 2010 여릅방학 어린이 친구들 현곡리 냇가 댐만들기

      [사진]하리하우스 2010 여름방학 어린이 친구들 현곡리 냇가 댐만들기 - 1200x803

현곡리 냇가에서 (앞쪽부터)진슬, 성희, 지윤,지승, 진현)이가 돌로 댐을 만들었다. 그 모습 속에서 교실에서 배울 수 없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 무엇을 배우지 않았을까 생각 된다.


9박 10일간의 작은학교 이야기

아름답다는 건 이런 게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했던 지난 여름방학을 떠올려 봅니다. 9박 10일을 함께 했던 진현이 진슬이, 그리고 사이사이 동네 친구 성희와 큰 수현이 완이, 밀물처럼 왔다가 썰물처럼 떠나간 원희 원석이 형준이, 그리고 애처롭게 아팠던 아기 수현이, 진슬이 데리러 와서 잠깐 머물렀지만 맘 속에 오래 있는 나은이와 진하, 모두 떠난 허전한 자리를 메워주던 원섭이, 하리 터주대감 채원이와 상민이, 적성면의 꽃미남 순보까지 ......

올 여름 유난히 더웠습니다. 햇볕이 가장 뜨거운 11시에서 3시 사이엔 그냥 가만히 있는 게 가장 좋은 놀이였습니다. 그 사이에 주로 수학 문제집 풀기와 영어 듣기를 하고 점심을 먹었습니다. 지루할 땐 1층 도서실에 내려가 책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더운 한 때를 놓치지 않고 소나기가 한 번씩 퍼부었습니다. 그 소나기가 몇 번 반복되자 아이들은 척척 비설거지를 하였습니다. 진슬인 뛰어 내려가 텐트 문을 내리고 지퍼를 닫고, 지승인 데크에 흩어진 장난감을 들이고 여기 저기 벗어 논 신발을 처마 밑으로 던져 들이고, 지윤인 허둥지둥 급하게 창문을 닫고, 진현인 걸레를 들고 안으로 들이친 빗물을 닦아내고, 나는 빨랫대를 세탁실로 끌어 들이느라 이리 끙 저리 끙 하고...

이런 비설거지를 다 끝내기도 전에 벌써 해가 쨍 나기도 하고. 수선 떨게 한 게 미안한 하늘은 멀리 산굼부리 산에 쌍무지개 슬쩍 걸쳐놓아주고 떠나고.

그래도 비 때문에 못 놀지 않았고 더위 때문에 기죽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바로 친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위는 아래를 돌보고 아래는 위를 따르는 아름다운 관계로 인해 하루하루가 즐거웠습니다.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잘 놀자고 만든 학교가 작은학교입니다. 그러니 이번 여름 작은학교 체험학습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모기 물려 가려운 것 빼고 땀띠 빼고 미끄러져 다친 것 빼고 크게 속병 앓지 않고 지냈으니 그 또한 기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놀이의 마무리를 천연전지 만들기로  채워 주신 작은학교 과학 선생님과 가는골에서 무수막골에 이르는 추억의 등굣길을 아이들과 함께 걸어주신 지윤지승의 막내 외삼촌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 사랑으로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해 주고 싶어 하는 어른들이 계시기에 하리하우스의 작은학교는 아름다운 학교가 됩니다. 지윤 지승이 진현 진슬이 그리고 어른들의 보살핌으로 아름다운 유년의 기억을 쌓아가는 모든 어린이들이 다음 세상을 더 아름답게 이끌어 갈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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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그네 2010/08/13 01: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연속에서 자연과 어울려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좋아 보입니다. 이런것이 바로 자연스러움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2박3일간의 하리 방문은 이번주 내내 향수로 다가왔습니다. 그 향수가 쉽게 가라앉질 않네요. 아들내미도 하리의 추억을 이번주 내내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자동차 박사 진슬이를 알게 된것이 참으로 기쁨니다. 진슬이와 메일 주고 받으면서 좋은 친구로 남아야 겠습니다.

    • 솔바람 2010/08/13 20:55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나그네님! 지윤이 외삼촌입니다^^

      쥔장이 있는 곳에서는 인터넷이 안되어서 나그네님이 다녀 가신지도 모를거에요. 하리하우스의 추억이 나그네님께 좋은추억이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그런 추억들 사계절 많이많이 만드세요^^

      나그네님은 어린이들과 잘 통하는 것 같습니다. 난 진슬이 몇일 봤지만 자동차에 취미가 있는지도 몰랐답니다. ㅋㅋ 두 사람 인생여정의 좋은친구가 되길 단양에서 소리없는 응원이라도 많이많이 보내드립니다.

      화이팅! 나그네님과 진슬이^^

  2. silk flowers 2010/10/11 04: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밌어 보이네여, 즐거운 추억이 되겠어여

  3. 작은학교 선생님 2010/11/26 10: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은학교 광고 노래

    웃음꽃이 피어나는 하리하우스
    우리들의 추억을 만들어주는 하리하우스 (내려감)
    귀 기우려 들어봐요, 나쁜 말이 들리기는커녕
    하하하 웃음 소리만 들리는 하리하우스
    하리하우스로 놀러 오세요(웃으면서 손짓)
    작사 작곡 우지윤 김성희

    작은학교 교가

    파릇파릇 태어난 새싹들처럼~~
    작은학교 어린이의 생각도 파릇파릇 피어납니다.
    서로 돕고 인사하며 사이좋게 지내는 우리들은
    작은학교 예의 바른 어린이~~

    졸졸졸 맑은 물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맑아집니다.
    웃음소리만 들리는 하리하우스
    마음속도 환하게 웃고 있지요.
    우리는 사이좋게 지내는 작은학교 어린이

    열심히 노력해서 꿈을 이루는
    우리는 작은학교 대한민국의 새싹이라네.
    어려운 일도 이를 물며 씩씩하게 커가는
    우리는 미래의 새싹.
    작사 작곡 우지윤 김성희

    풀섶을 헤치며 호두를 찾고 있습니다. 호두가 먼저 떨어지고 그 위로 풀들이 누웠다면 이를 잡듯이 한켜 한켜 풀더미를 젖히며 찾아야 합니다. 그렇게 공을 들이다 호두알을 찾으면 그 맛을 잊지 못하여 마른 풀섶을 또 뒤집니다. 그러다 생각합니다. 이 재미를 아이들이 알아야 하는데, 호두는 안 줍고 놀기에만 바쁘네... 수확의 기쁨을 가르쳐주려고 ‘한 바구니에 천원’ 이라는 파격적 조건을 걸었는데도 안옵니다. 그러다가 사마귀알집 발견했다고 소리치면 지승이가 달려옵니다. 와서 사마귀 알집 받아들고 살펴봅니다. 그 사마귀알집을 밭에 두면 해중을 잡아먹는다고 설명해주고 마른 고춧대 있는 고랑에 갖다 노라 이릅니다. 지승이를 따라온 완이가 두리번 거리다 호두를 발견했습니다. 어디 어디 하며 지승이 달려듭니다. 지승이도 따라 호두를 줍습니다. 하나하나 줍는 재미에 나뭇잎을 들추며 신나 합니다. 그런데 지윤이와 성희는 뭘 하는지 안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지승이는 장대를 들고 호두나무를 털고 있습니다. 작은 나무 두 그루에 몇 알 붙은 호두를 털고 있습니다. 지윤이와 성희도 안에서 놀지 말고 호두나 주우며 놀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있는 참에 둘이 신이 나서 풀밭으로 나옵니다. 엄마에게 들려줄 노래가 있다면서.
    둘이 헤헤 웃다가 하나둘셋 하면 하자 하다가 또 베실베실 몸도 꼬다가 뭐가 웃긴지 허리 접고 웃기도 하다가 결국 불러 준 노래가 하리하우스 광고 노래와 작은학교 교가입니다. 그런데 좀 쑥스럽기도 할텐데 일단 노래를 시작하자 너무 진지하게 부릅니다. 광고노래 끝에 하리하우스로 놀러 오세요 하며 손을 흔드는 부분은 좀 낯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누가 보면 어른이 시켰다고 할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친구들이 많이 와서 재미있게 놀고 싶은 순수한 마음의 표현인것을 알기에 잘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알았습니다. 하리하우스가 그리고 작은학교가 우리 아이들과 성희에게 자랑이란 것을. 아이들의 사랑의 대상이면서 꿈의 장소라는 것을. 그러기에 작은학교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할 신성한 의무가 나에게 있음을. 그리고 아이들의 희망을 가꾸는 의무를 행하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수신제가(修身齊家)에 더욱 정진해야 함을.
    열 번을 헛손질하여 하나의 호두를 줍더라도 열 번의 헛손질이 무의미하지 않는 것처럼 열걸음을 나아가려다 한 걸음밖에 내딛지 못할지라도 작은학교를 향한 걸음을 멈출 수 없음을 가슴에 새겼습니다.
    저편에서 지승이가 장대를 들고 설치는 것을 보고는 지윤이와 성희도 서로 해보겠다고 달려들어 싸웁니다. 결국 차례대로 돌아가며 털어보기로 했습니다. 지승이가 올라간 것을 보고 지윤이가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호두나무에 올라가는 것 까지만 성공하고 장대를 들고 터는 것엔 실패했습니다. 나뭇가지에 두 발과 엉덩이만 붙이고 두 손으로 장대를 휘두르는 것은 무서웠나 봅니다. 성희는 나뭇가지에 오르려다 그만 오도가도 못하고 두 팔과 다리로 호두나무 밑둥을 감싸고 엄마야를 외칩니다. 지윤과 지승이 손으로 발을 받쳐주려 달려듭니다. 셋 모두 깔깔거리며 웃습니다. 그때 누군가 말했습니다. 매미가 붙어 있는 것처럼 나무에 붙어 있다고. 성희를 안아 받아 내리며 생각했습니다. 너희는 고목나무에 매미 붙어 있는 것 같다는 표현을 적소에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겠구나!
    때때로 내게 부족함이 많음을 한탄 할 때 생각합니다. 이런 내가 뭐 작은학교를 한다고? 그냥 막을 내리자. 평범한 주말농장 정도로... 그러나 단 몇명이라도 작은학교 안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꿈을 이루는
    우리는 작은학교 대한민국의 새싹이라네.
    어려운 일도 이를 물며 씩씩하게 커가는
    우리는 미래의 새싹.

    열심히 노력해서 꿈을 이루는, 어려운 일도 이를 물며 씩씩하게 커가는 미래의 새싹으로 자랄 꿈을 꾸는 한 작은학교을 위해 더욱 정진해야하는 의무가 내게 있음을 스스로 일깨웁니다.

    사랑하는 작은학교 친구들!
    올 겨울방학도 행복하고 아름답고 실력을 키우고 꿈을 이루는 나날이 되게 합시다.

  4. 작은학교 선생님 2011/04/14 10: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힘차고 씩씩한 작은학교 어린이
    손잡고 걸어가자 꿈을 향하여

    우리들은 꿈이 있다.
    꿈을 향해 달리자.
    마음 속 새겨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우리 나라를 빛낼

    우리는 모두 하나
    작은학교 어린이.
    2011년 4월 10일 우지윤 우지승 김성희 김성완 공동 작사

하리하우스 소꼽친구 성희와 지윤이 2010

                       [사진]하리하우스 소꿉친구 성희와 지윤이 2010 - 635x803

소꿉친구 성희

둘 다 일곱 살 봄이었습니다, 지윤이와 성희가 처음 만났을 때. 처음엔 이모와 조카인 줄 알 정도로 사이 좋아 보이는 엄마와 딸이 한글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지윤인 하리하우스 청소를 하고 있는 엄마 곁을 맴돌다 지겨워져서 엄마와 놀고 싶다고 투정을 부리는 중이었던 것 같습니다. 밖엔 찬란한 봄 햇살이 비치고 있었기에 성희에게도 실내에서 한글 공부 하는 것 보단 놀고 싶은 마음이 컸을 터인데 우리 집에 가서 같이 놀자는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지윤이와 나는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에 같이 놀았으면 하는 친구 하나 새긴 것 같았습니다.

우리가 하리에 내려가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성희를 볼 기회가 많아 졌고, 문득 어느 날 성희가 엄마 손을 잡고 놀러 왔습니다. 지윤이가 놀아달라고 조르지 않을 것만으로도 참 기쁜 일이었습니다. 더불어 지승에게도 어여쁜 여자 친구 하나 생기는 셈이니 그 또한 좋았습니다.

하리에서 지내는 첫 여름. 유치원 다닐 때라 숙제도 없고 성희 학원도 안가고 해서 내내 만나 놀았습니다. 아침 먹으면 부르러 가고, 아침 전에 부르러도 오고. 긴 긴 저녁 해가 다 져서 깜깜한 길을 무서워 갈 수 없어 할머니께서 데리러 오시도록 놀았습니다. 초등학생이 되어서 성희가 제천으로 이사를 갔지만, 하리가 외가댁이었으므로 방학이나 놀토엔 같이 놀 수 있었습니다.

성희는 참 예쁘게 자란 아이였습니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절대적인 사랑 속에서 자랐으니까요. 친손주는 가을볕에 놀리고 외손주는 봄볕에 놀린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성희는 봄볕에 놀며 자란 맑은 아이입니다. 밥 먹으면 너무 당연히 그릇은 개수대에 넣어 놓고, 뭘 먹어도 잘 먹었습니다 인사하고, 뭘 줘도 안 가리고 잘 먹고. 특히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는 것이 데리고 있기에 가장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가끔은 경쟁상대가 되기도 하고 때론 삐지기도 하고 어떨 땐 흑흑 울기도 하고, 어떨 땐 빽빽 소리도 지른다는 성희. 내가 볼 땐 삐지고 우는 모습은 봤지만 소리 지르는 모습은 못 봤는데, 지윤이가 나에게 일러바치길 어른들이 안 보는 데서만 소리 지른 답니다. ^^ 뭐 그거야 지윤이나 지승이나 똑 같겠지만요. ㅎ ㅎ ㅎ 가끔 한 집에 데리고 키워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어울리는 성희와 지윤이. 서로에 대한 우정으로 삶을 더 아름답게 가꾸는 사이로 성장하길 기도합니다.

참, 지승이는 성희 동생 완이를 데리고 놀기 더 좋아 합니다. 아무래도 깍쟁이 같은 여자 친구보단 말 잘 듣는 남자 동생이 더 편한가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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