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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04 이레 째 이야기
  2. 2011/02/08 작은학교 겨울방학 이야기
  3. 2010/11/30 피아노 콩쿠르를 다녀와서 (1)
 피아노를 찾아서 ...노래를 찾아서...

반가운 손님이 오기로 한 날입니다. 한이 오빠와 이모가 오기로 했습니다. 금요일 오후에나 올 손님인데 우린 수요일부터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낼 하루만 더 있으면 금요일엔 한이 오빠가 온다는 낙으로 수요일을 보내고 목요일을 맞았습니다. 오늘만 지나면 낼은 한이 오빠네가 온다  하며 목요일을 보냈습니다. 아마 ‘어린왕자는 하리에 있는 우리보다 덜 심심했나 봅니다. 어린왕자는 친구를 약속시간 두 시간 전부터 기다리며 행복했지만, 지윤 지승은 이틀 기다리기를 두 시간 기다리듯 했습니다.

한이는 특별히 청한 손님입니다. 와서 노래 한곡 들려달라고. 얼마 전 중학교 1학년인 한이가 성악으로 음악 영재학교에 지원했다가 선발시험에서 떨어졌습니다. 가능성을 찾아 키우려는 미술대회에서 여백의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네로를 뽑지 않았던  심사위원들처럼, 아마도 성악에 영재 가능성을 지닌 아이가 아닌 이미 가꾸어진 영재를 뽑았나보다고 위로해주었습니다. 시험 전 대 여섯 번의 개인지도만 받고 도전했던 한이의 가치를 몰라준 것이 내내 안타가웠습니다. 약간 위축돼 있을지도 모를 한이 기도 살려줄 겸 하리로 오라고 초대한 겁니다.

한 이태 전인가 한여름 밤 작은학교 마당에 울려 퍼지던 아름다운 목소리를 기억하기에 한이의 노래를 꼭 듣고 싶었습니다. 지윤 지승에게 또래(?)가 부르는 성악곡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서울 집에서는 하루 30분의 피아노 치기 숙제를 지겨워하더니 피아노가 없는 하리에서는 피아노 치는 시늉을 잘 합니다. 손으로 허공을 두드리고 입으로 계이름을 외며...

하리에 온 지 이레 째 되는 날인데 아이들이 정말 피아노를 치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지윤 지승과  좀 낭만적인 길을 나섰습니다.

피아노를 찾아서...

적성면사무소에서 한 때 동네 아이들에게 피아노는 가르치시는 봉사자가 계셨단 이야기를 들은 듯 했습니다. 그래서 면사무소에 가 보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집을 나설 땐 눈발이 하나 둘 날리기 시작 했습니다. 

피아노를 찾아서...

피아노를 찾아 가는 기분이 피아노를 듣는 것 만큼이나 즐거웠습니다. 너무나 피아노가 피고 싶어서 ‘저기 있는 피아노를 쳐봐도 될까요?’하고 말하는 순간도 참 동화적이겠다는 낭만적인 생각에 더 행복한 길.

피아노를 찾아서...

칠 줄 아는 사람이 없어서 오래 외롭던 피아노 뚜껑을 열고 한두 건반 두드려 보는 아이들. 눈을 반짝이며 의자를 바짝 끌어 앉아 연주를 하면 침침하고 적막하던 시골 면사무소의 놀이방에 ‘딩동댕동 댕댕동’ 하는 소리가 아름답게 울려 퍼지고...

이런 상상을 하며 눈발 날리는 길을 걸었습니다.

피아노를 찾아서...

그런데 아쉽게도 적성면사무소 놀이방으로 쓰였던 곳에 피아노는 없었습니다. 피아노가 없어서 아쉬워하며 돌아왔습니다. 피아노를 찾아 나섰던 그 길을. 하지만 아이들이 피아노를 사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사랑하는 게 많은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기 마련입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무엇에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될 것임을 알기에 지윤 지승의 삶이 아름다울 거란 믿음이 자라는 날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나중에 피아노를 사면 작은 학교 어디다 둘까 의논하며 걸었습니다.

성악은 지윤과 지승의 삶에 또 하나의 사랑입니다. 아직은 호흡도 제대로 못 끝낸 지승이지만 성악수업으로 ‘노래부르기’를 즐겨하게 되었으니 사랑의 첫 발은 뗀 셈입니다. 그런 지윤 지승에게 꿈의 대상이 생기면 더 분발하지 않을까 싶어 한이의 노래를 꼭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파리나무십자가 합창단의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렇게 맑고 고운 소리를 곁에서 직접 듣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지윤 지승 둘이서 난로에 불을 피워 본 경험이 있는데다 한이도 있으니 불을 피워보라고 맘 놓고 내려 보냈습니다. 난롯불에 고기 구워먹을 채비를 해서 내려갔습니다. 위판이 넓은 난로 위에 호일을 깔고 돼지고기를 얹어서 구워먹었습니다. 고기 옆에 잘 익은 김장김치를 얹어서 구웠습니다. 모두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곤 자연스레 노래를 시작했습니다. 지윤, 지승이 사운드 어브 뮤직에서 배운 도레미 송을 원어로 부르고, 한이를 시켰는데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불렀습니다. ‘탈 때로 다 타시오 타다 마진 부디 마오..’ 그리고 한이를  시켰는데 한참을 빼다가 뺀다고 엄마한테 혼나다가 그러다가 불렀습니다. ‘옴 브라 마이프....’

‘와~~~’

노래를 잘한다, 가수해도 되겠다, 뭐 그런 칭찬은 해 본 적이 있지만, 목소리가 너무 아름답다는 칭찬은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한이의 노랫소리는 소리 그 자체가 아름다웠습니다. 복덩이 하나를 타고난 한이입니다.

하리하우스 1층은 공명이 좋은 구조입니다. 나처럼 음을 잘 못 다스리는 사람의 노래도 그럴듯하게 울려주는 곳입니다. 그런 곳에서 부르는 한이의 노래는 너무 멋져보였습니다. 아름다워서 훗날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분위기에서 한이의 노래를 또 청해 들었었는데, 듣고 나서 이렇게 칭찬했습니다.  '한아, 이모한테 하리하우스가 있어서 참 행복하단 생각을 했어. 여기가 아님 어떻게 이런 분위기에서 너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겠니. 이모가 파리나무십자가 노래를 좋아하는데 오늘은 그것보다 더 아름다웠어. 정말 잘했어.“

한이를 구슬려서 오랜만에 ‘보리수’도 들었습니다. 나도 좋아하는 노래인지라 같이 부르기도 했습니다. 한이가 음악시간에 배웠다는데 내가 학창시절 배울 때와 번역이 약간 달랐습니다. 나는 ‘가지엔 희망의 말 새기어 놓고서’ 라고 알고 있는데, 한이는 ‘가지엔 사랑의 말 새기어 놓고서’라고 불렀습니다. ‘사랑’이든 ‘희망’이든 새기어 놀 만한 단어이니 무에 상관이겠습니까. 한이 덕에 잊었던 노래 하나 찾아서 기뻤습니다. 며칠을 기다려 온 손님은 1박2일 머물다 돌아갔습니다. 보리수 음율하나 떨구어 놓고서.

하리 작은 학교에 피아노가 생기면 꼭 한이를 초대해야겠습니다. 반주는 지윤이나 지승이나 하라 하고 노래는 한이한테 하라 하고, 그리고 우린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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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작은학교 이야기 겨울방학 보고서


15박 16일의 이야기


2011. 1. 8 


좀 허전하고 쓸쓸한 하루였습니다.

아빠는 서울로 가시고 지윤, 지승과 셋이 남았습니다. 떠나는 사람보다 남은 사람의 허전함이 컸습니다. 속담에 ‘든 사람은 몰라도 난 사람은 표가 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역시 남은 사람들의 허전함을 표현한 말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허전함을 달래주려고 저녁엔 인스턴트 고기 만두국을 쏘았습니다. 아이들은 공장에서 나온 만두를 좋아합니다. 아마도 L-글루타민산나트륨의 그 자극적인 감칠맛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아이들의 입맛이 언제가 되어야 화학조미료의 맛을 감칠맛이 아닌 느끼함이라고 깨닫게 될까 생각했습니다. 그때가 되면 집에서 신나게 만두를 빚게 되겠지요. 얼큰하고 개운한 김치 만두를.

오후 시간을 책을 읽으며 보냈습니다. 컴퓨터도 텔레비전도 없으니 집 안에서 아이들이 하는 일은 주로 책읽기입니다. 눈가리고 잡기나 공기내기 같은 놀이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혼자서 책을 읽습니다. 지윤인 <로테와 루이제>을 읽고 지승인 우리 몸의 기능에 대한 과학책을 읽었습니다. 지승이가 읽은 내용에 인체면역력에 대한 설명이 나왔습니다. 마이크로 파지와 T세포, 항체 등의 용어에 대해 나에게 설명을 합니다. 그래서 입에 쓰지만 몸에 좋은 음식들을 많이 먹어야 면역력을 높이는 세포들이 힘이 세지고 활발하게 움직인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

마침 나의 만성중이염이 심하게 도져서 고생하던 참이라 몇 가지 약재를 넣고 끓여  마시고 있었는데, 그 맛을 보여주고 거기에 들어간 식물들이 면역력을 높이고 항체 형성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설명도 해 주었습니다.

약차 재료는 관동화, 대추, 진피, 삼백초입니다. 처음엔 압력밥솥에 넣고 끓였고 그것을 전기밥솥에 넣고 보온상태에서 우려내었습니다. 중이염이 단번에 가라앉으리라는 기대는 아니라도 도움은 되겠지 하는 맘으로 먹었습니다.

관동화는 머위꽃이 피기 전 꽃대를 캐서 말린 것입니다. 면역력을 높이는 귀한 약재라하여 아이들 생각하며 만들었는데, 아이들이 안 먹어서 결국 내 차지가 되었습니다. 관동화 달인 물은 보리차처럼 갈색이 나는데, 맛은 쓴맛과 아린 듯 한 느낌이 동시에 나서 아이들은 안 먹습니다. 집에 프로폴리스를 비상약으로 두고 있어서 굳이 먹기 힘들어하는 관동화 달인 물을 안 먹여도 되었습니다. 그러나 올 봄에도 또 캐서 말리려 합니다. 관동화 말린 것을 두고 있으니 왠지 마음이 든든했습니다.

올해는 신이도 만들어 보려합니다. 하리 마당에 백목련이 한그루 있는데, 꽃이 피기 전의 복슬복슬한 꽃봉오리를 말리면 그것을 신이라 하여 그 또한 비염과 면역력 강화에 좋은 약재가 된다합니다. 관동화나 신이 둘 다 꽃이 피기 전의 봉오리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관동화든 신이든 아픈 이의 몸속에서 꽃보다 귀하게 피어나면 그 또한 아름답지 않겠나 하는 맘으로 꽃대를 꺾는 미안함을 달랩니다.

지루해진 지윤이가 공기를 해 달래서 한 판 붙었습니다. 말하자면 공기대련입니다. 그런데 지윤이 공기가 말썽을 부립니다. 그러니까 그 공기알을 잡고 지윤이가 ‘너 서울 가서 혼난다.’ 하고 말합니다. 왜 서울 가서 혼나냐고 했더니 말 안 듣는 공기를 혼내주는 장소가 서울에 있다는 겁니다. 가만 생각하니 서울 안방에 있는 삼단 서랍장 꼭대기가 말 안 듣는 공기알을 혼내주는 장소인 겁니다. 서랍장 꼭대기에 말 안 듣는 공기알을 올려놓고 손으로 밀어서 떨어뜨리는 게 공기를 벌주는 방법입니다. 공기알이야 허구한 날 허공으로 올라갔다 땅바닥으로 내려갔다 하는 게 일인데 그깟 삼단 서랍장 꼭대기에서 밀려 떨어지는 게 뭐 그리 큰 벌일까 싶은 생각에 웃음이 났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응징’이란 단어가 떠올라 놀랐습니다.  어쨌거나 ‘한 번 더 봐준다’는 관용의 말보다 ‘혼난다’는 응징의 말을 더 많이 한 엄마의 불찰이거니 생각했습니다. 앞으론 ‘한번 더 봐준다. 더 잘 해’ 라는 말을 더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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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님께

보내주신 초콜릿 온 가족이 나눠먹고 힘 내서 피아노 잘 치고 왔습니다.
콩쿠르 결과가 어제 오후 나왔는데요, 지윤인 아까운 우수상, 지승인 다행인 우수상입니다.  지윤인 중간에 한 번 틀렸다 하구요 지승인 중간에 일부를 아예 건너 뛰고 쳤답니다.  대회전에 선생님이 가장 강조한 내용이 틀려도 당황하지 말고 다음 걸 계속 쳐라 였는데, 충실히 따른 편이지요^^

둘 다 대회는 처음이라 얼마나 긴장들을 했는지, 피아노를 치고 나왔는데 둘 다 얼굴이 발갛게 달았더라구요. 지승이는 속이 상해서 살짝 또 눈물이 났구요, 지윤인 아쉬워하긴 하는데, 다음에 한 번 더 나가면 안떨리고 잘 할 수 있겠다고 한 번 더 해보겠다고  하더라구요. 지승이도 다시 도전해 볼 마음이 있냐고 했더니 다시 해 볼 마음 있다고 하네요. 대회가 끝나면 다시는 안한다는 아이와 다시 하겠다는 아이가 있는데 둘 다 다시 해보겠다고 하니 피아노가 지겹지는 않은가 보다 하여 그 점이 기쁩니다.

이번엔 준비기간이 짧은데 비해 아이들이 집중해서 외우고 연습하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리고 평소에 하리에 피아노가 한 대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지승이도 그 생각이 든답니다. 하리에 가면 연습을 못하니까요. 그러면서 피아노가 얼마나 하냐고 묻더라구요. 몇 만원 이상 넘어 가는 건 실감할 수도 없으면서  묻기에 그냥 비싸다고 했지요. 

하리 데크에 서면 영화 '피아노'가 생각납니다. 아마 지금 보면 스무살 시절에 본 것 보다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겠지요. 바닷가에 피아노를 내려놓고 치던 장면. 다른 건 기억이 안나는 데 그 장면은 영화의 대명사처럼 떠오르네요. 텔레비전 광고에도 야외에 피아노를 놓고 치는 장면이 연출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저는 하리 데크에 서면 특히 하늘이 말할 수 없이 파란 날은,  데크에서 피아노를 치면 너무나 멋지겠단 생각을 합니다.  바래가는 나무 데크위에 윤나는 까만 피아노.  여긴 그랜드 피아노가 어울리겠죠?  파란 하늘과 피아노 소리.  이런 상상을 하는 것 만으로도 멋진 음악을 듣는 것 만큼이나 행복합니다.  그런데 그 피아노를 누가 치는가가 문제인데, 만약 정말로 그럴 기회가 된다면 지윤 지승의 피아노 선생님께 연주의 영광을 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지윤 지승도 자연과 하나되는 음악을 연주하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고 싶구요.  친구 딸내미가 바이올린을 한다니 협연도 좋겠네요. 상상 속의 음악회가 이 순간 희열을 느끼게 합니다. 이만하면 제 삶도 꽤나 화려하고 사치스런 삶이네요.

처음 아이들 피아노 선생님을 만났을 때 한 말이 '선생님, 저는 피아노를 몰라요. 제가 어렸을 때는 피아노는 동경의 대상이었거든요. 우리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목적은 그저 자기가 치고 싶은 곡이 있으면 연습해서 연주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하는 것이구요.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데 피아노가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였습니다. 지윤 지승이 피아노를 대하는 걸 보면 그 정도 기대는 충족되고 있는 듯 하여 기쁩니다.
그런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더니 대회 이후 지윤 지승이 피아노 대회하는 놀이를 하고 놉니다. 사회도 보고 둘이 점수도 멕이고 상도 주고 합니다.  저한테 '땡!' 하고 종치는 임무를 맡기니 귀찮은 일 하나 늘긴 했지만, 그래도 한 번의 경험이 이렇게 다르구나 하게 됩니다. 맹자의 어머니가 세 번 이사한 까닭에 고개가 끄덕여 지는 대목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성장과 더불어 성장하는 하리하우스의 작은학교이야기가 이 아침 힘이 되어 나에게로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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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그네 2010/12/13 0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윤이와 지승이가 좋은 경험을 통해 뭔가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되어 참으로 감사하네요. 짧은 준비기간이었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그 결과에 승복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럴때 도전하는 기쁨과 노력을 통해 맛보게 될 결과의 달콤함을 알게 될 것입니다. 지금 이순간의 마음을 끝까지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