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우리 아들'에 해당되는 글 21건

  1. 2012/06/14 어휘와 소통 (1)
  2. 2011/09/28 과학영재선발을 위한 자기 소개서 (3)
  3. 2011/03/29 호기심 천국 (2)
지승
 
 -- 소금 넣고 참기름 넣고 비빈 밥을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으라고 옹심이 만하게  뭉쳐주었다. 금방 다 먹고 또 달라기에 급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하나씩 먹고 안먹기에 왜 안먹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지승이 대답.
 " 급격히 짜졌어!"

 --  안중근 의사 전기문을 읽고 또 읽더니 학교서 써오라는 독후감에 이렇게 썼다.
'안중근 의사의 눈초리가 매섭다, '


지윤 -- 지윤이 옷에 hope 라고 영어로 써 있는 걸 성악선생님이 '호우프'라고 읽어 주셨다. 그리고 무슨 뜻인지 아냐고 물었더니 지윤 이리 저리 생각하더니  왈,
       " 치킨호프(hof)?"
         
--지윤이 자기도 친구들처럼 까페를 만들고 싶단다. 그래서 '까페는 말이야, 더 나이 들어서 준비를 많이 한 다음에 그래야 알차고 ...' 이렇게 설명을 했다.
다 듣더니 지윤이 하는 말.
     "엄마 혹시 커피 파는 까펜줄 아는거야?"
 

--하리 작은학교  음악회 이야기를 하다 노래는 한이 시키자 했더니 지윤,
     "엄마, 한이오빠 목소리는 명품이야!"
한다.
 참 탁월한 언어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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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윤지승맘 2012/06/18 09: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윤이 예쁜 머리끈을 선물 받아서 너무 좋아합니다. 그것을 팔찌삼아 손목에 걸고 다니겠다 합니다. 그런데 귀여운 빨간 하트 스티커를 붙인 투명한 포장지를 벗기지도 못하고 바라보는 겁니다. 그러더니 하는 말,
    "엄마, 포장을 벗기면 덜 화려해 보여요. 이게 바로 '포장발'이예요."
    친구들한테 '화장발'이란 말을 배우더니 바로 '포장발'이란 말을 생각해 낸 겁니다. 지윤의 언어 적용능력은 정말 기발합니다.
    너무나 예쁜 머리끈을 바라보더니 하는 말,
    "너무 예뻐서 감히 쓸 수가 없어요."
    '감히' 라는 말은 상대가 안되는 대상에 대해 쓰는 말인데, 우리 딸은 예쁜 머리끈을 쓰기에 충분히 예쁘고 충분한 자격이 있으니 '감히'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너무나 어여쁜 우리 딸이 충분히 예쁜 머리끈을 손목에 걸고 간 아침. 딸의 기쁨을 보며 엄마로서 좀 애틋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평소 저런 걸 너무나 안 사준 엄마 탓에 '감히'라는 표현을 썼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해보는 게 엄마의 마음입니다.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기도 하겠지요.
    ......

내 꿈은 곤충학자

폴짝 폴짝 잘 뛰는 방아깨비 잡네.
폴짝 폴짝 잘 뛰는 메뚜기 잡네.
따끔 따끔 잘도 찌르는 물자라를 잡네.
삐죽 삐죽 날카로운 턱이 있는 물방개를 잡네.
공격을 잘 하는 물장군을 잡네.
콱콱 잘도 무는 사슴벌레를 잡네.
콱콱 잘도 찌르는 장수풍뎅이를 잡네.
룰루랄라 내 꿈은 곤충학자!

지승이가 2학년 때 쓴 시입니다. 곤충을 사랑하기에 곤충의 특징이 눈에 잘 보이는 것입니다. 지금은 곤충보다 모터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3학년 때 전동기를 만들어 본 경험과 천연전지를 만들어 본 경험이 곤충학자에서 기계를 연구하는 과학자로 꿈을 바꾸게 한 것 같습니다.

지승이의 가능성은 끊임없는 호기심과 좋아하는 일에 대한 집중력에 있습니다.

유전적 지문 적성검사에서 <논리, 수리, 공간, 언어 영역에서 뛰어나며 실험정신과 탐구심이 강하며 자발성과 추진력이 강한 장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고자 하는 일은 끝까지 해내는 문제해결능력이 뛰어납니다.

지승의 취미는 프라모델 조립입니다. 프라모델을 조립하는 동안의 지승이의 집중력은 놀라워서 저런 집중력이면 못하는 게 없겠구나 하는 희망을 갖습니다.

궁금한 게 있는 것, 호기심. 그게 바로 학문의 첫걸음입니다.

-어느 날 아침에 지승이를 깨우는 데 난데없이 질문을 합니다.
“엄마, 사람들은 눈이 두 개잖아요. 그런데 왜 보이는 건 하나로 보여요?”
-지승의 기침이 떨어지지 않아 가슴 X-Ray를 찍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방사선과 기사님께서 X-Ray를 찍을 때 숨을 들이마신 상태서 숨을 내쉬지 말고 참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승이가 왜 숨을 참아야 하는 지 궁금하다고 질문을 했습니다. 사진 찍을 때 몸을 움직이면 흔들려서 사진이 선명하지 않은 것처럼 X-Ray를 찍을 때 숨을 쉬면 폐사진이 흔들려서 정확한 상태를 알기 어렵다고 설명을 듣고는 흡족해 했습니다.
-지승이가 숯과 팬을 이용해 공기 청정기 만드는 법을 이야기 했습니다. 수조에 물을 넣고 거기에 숯을 넣습니다. 그리고 수조 옆에 모터로 돌아가는 프로펠러를 설치를 한답니다. 그러면 숯을 통해서 나오는 좋은 공기를 프로펠러의 바람으로 날려서 공기를 좋게 한다는 겁니다. 너무나 좋은 생각이라고 칭찬을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 그 비슷하게 숯을 이용해서 만든 공기청정기가 이미 나와 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래도 실망하는 기색이 아닙니다. 아들의 목적은 공기청정기를 만들어 팔아서 돈을 버는 것에 있지 않고 자신이 공기청정기를 만드는 것 차체에 있기 때문입니다.
-여름을 지내고 욕실 샤워기 거치대에 녹이 약간 쓸었습니다. 그런데 지승이가 그걸 보더니 곰팡이가 생겼다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곰팡이가 아니라 녹이 슬은 것 같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러니까 녹이 쓰는 게 뭐냐고 묻습니다. 그래서 철이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 변하는 거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들이 좋은 생각이 났다는 투로 말합니다.
“엄마, 그럼 촛불을 켜 놓으면 초가 켜 있는 동안엔 녹이 안 슬겠네요?”
촛불이 산소를 다 태우기 때문에 철이 산소와 만나지 못해서 산화가 일어나지 못한다는 과학적 발상이었습니다.

지승이 갖고 있는 장점은 장벽이 없는 상상력에도 있습니다. 그 상상력은 가끔 재치 있는 말놀이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지승이가 건블루베리가 들은 빵을 먹다가 말합니다.
“엄마, 내가 건포도 만드는 법 알아요. 권총을 놔요, 그담에 포도를 놔요. 그럼 건포도지요.”
-‘왕건은 왕~~ gun이다.’ 왕건 전기를 읽다가 한 말입니다.
-‘섭씨 21도’ 를 ‘21도C’ 라고 읽는다고 했더니 지승이 갑자기 이러는 겁니다.
“엄마, 21도C는 21도도나 마찬가지예요, 왜 그런지 아세요? 왜냐하면요 피아노에서 C는 도 거든요. 그러니까 21도C는 21도도예요.”
과학과 음악을 넘나드는 유연성이 상상력을 키우는 밑거름이 되리라 믿습니다.

언제인가 지승의 숙제가 속담을 찾고 의미를 써오는 것이었습니다.
'호랑이 굴에는 들어가도 뱀 굴에는 안 들어간다.'
호랑이는 사람한테 들키면 사는 굴을 옮기지만 뱀은 사는 굴을 옮기지 않는다는 동물의 습성을 관찰한데서 얻은 과학적인 속담입니다.
‘호랑이 굴에는 들어가도 뱀 굴에는 안 들어간다. 왜 그럴까?’
‘왜 그럴까?’ 물었더니 지승이 웃으며 선뜻 대답하는 겁니다.
“왜냐하면 호랑이는 사람하고 친하고 좋아서요. 왜 책에 나오잖아요.”
3학년 읽기에 <어흥, 호랑이를 만나볼래?>라는 글과 함께 호랑이 등에 업혀 노는 댕기머리 소년의 행복한 얼굴이 삽화로 나와 있습니다. 아들은 호랑이 굴에는 가도 된다는 과학적 근거에 의한 속담을 호랑이에 대한 우리 조상들의 문화적 인식으로 해석한 것입니다. 이것 저것 아는 것을 조합해서 새로운 것을 해석해 내는 능력, 유연한 뇌의 힘. 메타인지.

현재 지승이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과학을 좋아하는 평범한 어린이입니다. 그런 지승이가 과학영재교육을 통해 좋아 하는 분야를 마음껏 탐험하는 행복한 사람으로 성장 할 기회를 얻게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2011년 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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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솔바람 2011/09/28 11: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재의 3대 조건- 지능.과제 집착성.창의성

    미 국립 영재연구소장 조지프 렌즐리 라는 교수님의 인터뷰 기사의 내용입니다.
    그 중 지능이야 어쩌겠냐마는 과제 집착성과 창의성은 주변 환경에 의해 키워질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다행히 여기서의 지능이란 평균 이상의 지능을 말하는 것이니 천재가 아닌 영재는 충분히 후천적 요인에 의해 발현될 수 있다는 뜻도 됩니다. 그래서 부모들이 영재를 만들어 보겠다고 꿈꾸는 게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과제 집착성' 또한 만들어 지는 게 아니라 '자기 주도적'으로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과제 집착성은 동기부여가 되면 모든 에너지를 한 특정 프로젝트에 장기간 쏟아 붓게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학습자가 어떤 일에 높은 관심을 보이게 되면 오랜 시간동안 열심히 할 수 있다. 또한 장애물을 극복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평균 이상의 지능. 과제 집착성. 창의성. 이 세 가지 요소가 함께 작용하면 한 분야에서 탁월한 영재성을 발현하게 된다.--
    시켜서 하는 일은 오래 못 가지요. 그러나 하고 싶어 하는 일이면 일을 성취할 때 까지 하게 되고 성취율도 높게 됩니다. 거기에 창의성만 있으면 영재성을 발현하게 된다니 부모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아이와 같이 이야기 해서 관심분야를 찾는 것입니다. 아이를 생각해서 부모가 이것 저것 제시해 줄 수는 있지만, 죽어라 해내는 집착성은 스스로 원하는 것이라야 생길 수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2. 지승맘 2011/09/29 10: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승이 학교에서 과학영재선발을 위한 신청서를 갖고 왔다. 작년에 신청서를 갖고 왔을 땐 잠깐 생각해보고 신청서를 재활용 봉지에 넣었다. 어떤 틀 안에 넣어놓고 교육시키는 방식이 지승이에게 아직 적당한 방법이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신청서를 갖고 왔을 땐 과감히 도전해 봐야겠다는 판단을 했다. 이제 곧 5학년. 진정으로 좋아하는 분야라면 틀 안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승의 학교성적으로 과학영재선발에 신청서를 내는 것이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선생님께 상담을 했다.
    ‘지승이가 현재 학업성적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과학을 좋아해서 과학영재선발 신청서를 내보려고 합니다.’
    지승 담임선생님께서 선뜻 한 번 해 보라고 용기를 주셨다.
    지승편에 신청서를 보내고 ‘운이 좋아 되면 좋겠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과학영재선발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학업성적에 영어실력까지 따지고 든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 과학영재선발에 신청서를 내는 까닭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지승이 과학을 좋아하고 과학적 사고에 대한 ‘감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는 엄마로서의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이미 영재선발을 대비하여 수학과 과학을 연마하며 준비한 어린이에 비하면 내세울 것이 없다. 그러나 과학에 대한 꿈을 꿀 수 있는 호기심과 상상력을 갖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어서 영재선발에 도전하는 것이다. 현재 영재가 아니더라도 영재로 클 수 있는 어린이를 고르는 힘이 심사위원들에게 있기를 바라면서 신청서를 냈다. 말하자면 소신 지원에 배짱 지원이다.
    그러면서도 내세울 게 없는 이력에 걱정하고 있던 참에 ‘자기소개서’를 써오라고 하셨다며 소개서 양식을 들고 왔다.
    크게 성장과정과 해당분야의 영재성을 입증 할 수 있는 자료(사본 제출)와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을 쓰는 란과 기타 내용을 쓰는 란이 있다.
    그런데 정해진 틀에 쓰기가 어려울 것 같아 한글 문서로 출력하여 보냈다. 내용을 따로 준비할 시간이 없어서 ‘작은학교 이야기’에 올렸던 지승에 관한 글들을 발췌하여 내용을 만들었다. 평소 지승에 대한 기록을 해왔던 것이 참 다행이다 싶게 자기소개서를 금방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이 진실함에 기대를 걸었다. 지승은 과학자가 되고 싶어 하며, 메타인지가 발달하였고, 재치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내용의 자기소개서.
    처음부터 발현된 영재성을 입증하고자 하는 소개서가 아니라 과학에 대한 희망과 열정을 나타내고자 하는 소개서를 쓰고자 했고, 그걸 알아채는 심사위원이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것이라 상장을 출력해서 보낼 생각은 안했다. 해당분야 상장이라야 1학년 때 받은 과학의 달 행사 장려상이 유일한 것인데, 그것이 영재성을 입증하는 자료가 되지 못할 거란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그런 상을 몇 개씩 갖고 있는 아이들은 수두룩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 소개서를 보내고 ‘내가 아직 준비가 안 된 아들을 두고 욕심을 부리는 건 아닐까?’, ‘때론 과감성도 필요해. 자식의 미래를 위해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해 보는 것도 부모의 일이야.’ 이런 생각으로 또 마음이 복잡했다.
    그런데, 자기소개서를 학교서 내 준 폼에 맞게 다시 써오라고 연락이 왔다. 그리고 기존의 자기소개서는 별첨으로 내라고 하셨다.
    성장과정 - 뭐 11살 짜리 성장과정이 다 그렇지. 뭐 특별한게 있나.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고 유아체능단 다니고 유치원 다니고 초등학교 입학하고...
    해당분야 영재성 입증 자료 - 혹시 영재일지 몰라서 신청하는 건데 어찌 입증을 하누. 그래도 사본을 내라니 하나밖에 없는 상장이라도 복사해 내려고 찾으니 없어서 수상했었노라 기록만 했는데, 그러고 보니 좀 황량해서 3학년 때 받은 피아노대회 우수상 사본을 만들어 냈다. 피아노 연주는 좌.우 뇌 협응력을 키우는 데 아주 좋은 방법이라 그 만큼 지승이의 좌우 뇌가 골고루 발달했음을 입증하는 자료라고 생각해서 냈는데, 이런 심오한 뜻을 심사위원들이 알아주기를 바랄 뿐. (ㅎㅎ)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 - 최근에 지승이가 팽이 대련 판을 뒤집어 놓고 무게가 다른 구슬 두 개를 굴려서 그 움직임을 관찰하고, 그 구슬이 움직이는 세기가 다른 것을 이용해 구슬의 무게와 구슬의 움직임 사이의 상관관계를 알아내는 놀이를 하던 것이 생각나서 그 이야기를 적었다. 지승이게 구슬 굴리기는 놀이였는데, 나는 그것을 실험이라 칭하였고, 놀이를 하다 우연히 구슬의 무게와 움직임 사이의 관계를 알아낸 것을 실험에 성공했노라고 썼다. 놀이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을 실험을 통해 알아냈다고 표현하기가 좀 민망했지만, 지승에겐 놀이가 곧 실험인 경우가 많아서 실험이라고 표현해도 거짓은 아니라고 민망함을 위로했다.

    그리고 상장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천연전지 만들기 보고서가 있어서 역시 별첨으로 냈다. 물론 보고서를 지승이 직접 작성했던 건 아니지만, 직접 실험하고 예측하고, 결론을 내린 내용이라 별첨으로 냈다. 그 보고서가 내용이 많고 실험 내용을 사진과 표로 잘 정리한 것이어서 지승의 자기소개서 내용이 알차게 된 것 같아 마음이 흐뭇했다. 작은학교 과학 수업을 해주시는 나그네님께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지원자 신청서를 낸 후 지금은 학교에서 담임선생님과 영재선출 관계자 선생님들께서 지승의 학교생활을 집중 관찰하는 단계다. 지승에게 ‘너의 모든 학교생활을 다 보고 계신다. 그러니 수업시간에 더 집중해서 듣고 해야 할 일도 시간 안에 다 해야 한다.’고 일렀다. 과학영재 신청서를 낸 일이 지승이가 더 적극적으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실은 ‘작은학교 이야기’에 아이들에 대한 글을 올리는 것은 ‘앨범’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서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앨범을 같이 들여다보는 동시대의 누군가에게 따뜻한 희망을 꿈꾸게 하는 동력이 되고자 함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승의 과학영재선발에 관한 도전이야기를 올릴까 말까를 고민했었다. 인터넷에서 ‘과학영재선발’이라고 검색어를 치는 부모들은 성공 스토리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지, 한 엄마와 아이의 도전 스토리를 듣고 싶어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러나 고민 끝에 지승의 과학영재선발 도전 스토리를 실은 이유는 단순하다. ‘앨범’을 들여다 볼 때는 그 추억의 아름다움을 생각할 뿐이기 때문이다. 결과의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그저 지승의 삶에 거름이 될 것이리라. 모든 일들이... 그리고 자식을 위한 일에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하는 것뿐임을 새삼 느낀다.
    ‘모든 일들이 지승의 삶을 위한 거름이 되길 .....’

  3. 나그네 2011/10/11 08: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능이란 가능성이란 것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능성이란 하고자 하는 의지이죠. 어떤 일에 흥미를 가지고 계속 도전하고자 노력하는 자세, 그리고 그것에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아이들에게 있어 가능성은 곧 현실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제가 초등학교 2학년때 제 아버지께선 제가 전자공학을 공부하면 좋겠다는 꿈을 심어 주셨습니다. 그 한마디에 저는 지금 전자공학을 전공하는 엔지니어가 되어 있답니다. 전자공학이 뭔지도 몰랐던 저에게 전자공학이라는 학문에 흥미를 심어주셨던 아버지. 그 한마디는 작은 의지의 출발점이었고 저는 전자공학이란 얘기를 들을때마다 흥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었죠. 지승이가 지금 특별한 재능을 보이고 있지 않을지라도 지승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과학에 대한 흥미와 관심은 지승이를 과학자로 성장하게 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할 수 있고 또 그것이 재미있는 것이라면 굳이 영재 같은 것은 필요없겠죠.제가 전지 만들기, 모터 만들기를 아이들에게 해 준것은 과학에 대한 흥미와 원리를 알려주기 위함이었는데 그것이 목적을 잘 이룬것 같아 기쁜 생각이 듭니다.

 

호기심 천국!

우리 아들을 보면 그 말이 떠오릅니다. 호기심 천국.


아침에 아들을 깨우는 데 난데없이 질문을 합니다.

“엄마, 사람들은 눈이 두 개 잖아요. 그런데 왜 보이는 건 하나로 보여요?”

자리에서 눈 비비고 일어나다가  생각이 났나봅니다. 자기 눈이 두 개 라는 사실이. 답은 간단합니다. 뇌의 작용이겠지요. 양쪽에서 들어온 시각정보를 하나로 합쳐서 하나의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뇌가 하리라 당연히 추측할 수 있습니다. 너무 당연한 거라 의문을 제기 한 적이 없는데, 아들의 나이에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 아니므로 궁금한 겁니다. 궁금한 게 있는 것, 그게 바로 학문의 첫걸음이지요.


공부를 하면 잘 할 듯 한 아들이 공부에는 아직 뜻이 없나 봅니다. 도무지 수학 문제집 푸는 시간엔 집중을 안 하는 겁니다.

며칠 전엔

-태어난 달의 수와 태어날 날의 수를 합하면 15보다 크고 어쩌구 저쩌구...-

하는 문제를 풀게 되었습니다. 문제를 이해했냐고 했더니 했다기에 풀어보라고 두었습니다. 아주 간단한 문젠데 얼른 안 풀고 있기에 빨리 하라고 채근을 했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태어난 달의 수가 뭘 뜻하는 지 날의 수가 뭘 뜻하는 지 그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겁니다. 그 뜻을 모르니 당연 문제를 못 풀고 있는 겁니다. 세상에 태어난 달은 1월부터 12월 중 한 달을 뜻하고 태어난 날은 1일부터 30일가지 중 하루인 데 그걸 이해를 못해서 문제를 못 푸는 겁니다. 얼마나 화가 나는 지  달 과 날을 모르면 어떻게 하냐고 그런 걸 잊어버리는 게 말이 되냐고 막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랬더니 눈물이 핑 돌며 하는 말,

“엄마, 저는요, 더 좋은 게 있을 때는요, 다른 생각은 밖으로 나가버려요. 나도 모르게 그렇게 돼요.”

그래서 달이 뭔지 날이 뭔지 이야기 해 주고 같이 문제를 풀었습니다. 그리고 1+1 = 2 라는 건 어른이 되어도 안 까먹어야 하는 것처럼 달과 날은 절대로 안 까먹어야 하는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 때 지승이 뭔 생각을 하느라 ‘달’과 ‘날’을 기억에서 못 불러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님 진짜 까먹었던 것일까요!


건블루베리가 들은 베이글을 먹다가 말합니다.

“엄마, 내가 건포도 만드는 법 알아요.”

말해보라 했더니 이렇게 말합니다.

“권총을 놔요, 그담에 포도를 놔요. 그럼 건포도지요.”

에구구~~ 일종의 말놀이를 생각해 낸 겁니다. 그래서 장하다고 칭찬해 주었지요.


딸의 담임선생님께서 학부모 총회 때 이런 말씀을 하셨답니다.

-화를 내는 순간 교육은 끝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큰소리로 화를 잘 내는 것을 반성하며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지승아, 엄마가 화내고 큰 소리치고 그래서  많이 속상했지? 미안해!”

이미 저지른 일이 씻어지지 않는 상처가 되었을까봐 전전긍긍 후회하는 맘으로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때는 속상했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하루만 지나면 잊어버려요.”

하는 겁니다.

결국 엄마가 자식을 두고 하는 교육은 실수가 있어도 다음 날엔 수정 가능함을 믿기에 오늘도 아들과 함께 할 시간을 기다립니다.


4월이 과학의 달이라 학교에서 과학관련 행사가 많습니다. 어제는 아들이 숯과 팬을 이용해 공기 청정기 만드는 법을 이야기 했습니다. 수조에 물을 넣고 거기에 숯을 넣습니다. 그리고 수조 옆에 모터로 돌아가는 프로펠러를 설치를 한답니다. 그러면 숯을 통해서 나오는 좋은 공기를 프로펠러의 바람으로 날려서 공기를 좋게 한다는 겁니다. 너무나 좋은 생각이라고 칭찬을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쉽게도 그 비슷하게 숯을 이용해서 만든 공기청정기가 이미 나와 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래도 실망하는 기색이 아닙니다. 아들의 목적은 공기청정기를 만들어 팔아서 돈을 버는 것에 있지 않고 자신이 공기청정기를 만드는 것 차체에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방안에 숯 바구니를 놓고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숯을 씻을 때 나는 개울물소리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곤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숯 덩어리가 물을 빨아들이는 소리는 정말 개울물 흐르는 소리처럼 들립니다. 한동안 아이들은 숯을 키워보겠다며 대나무숯 조각들을 컵에 답아 물에 담가놓고 보기도 했습니다.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보라고 했던 건 그냥 숯을 갖고 노는 게 좋아서였습니다. 바싹 마른 숯덩이가 졸졸졸 소리를 내며 물을 빨아들이는 걸 듣고 행복해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무엇이 되든 어떤 위치에 있든 행복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일일 겁니다.  행복, 가장 좋은 화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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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그네 2011/03/29 23: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승이 생각이 귀엽습니다. 어린아이의 시각에서 뭔가를 바라보고 표현한다는 것, 특히 호기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 참 중요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도 아들에게 화를 잘 내는 편입니다. 특히 공부할때요.ㅎ.선생님 말씀이 맞을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화를 내는 순간 교육은 끝이다'. 그런데 제가 아는 한분은 화를 내야할때 화를 낼 수 있는 것도 교육이라도 하더군요.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선생님과 제자의 관계와는 좀더 다른 것이 있기 때문에 이런 얘기가 나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부모와 자녀의 인격적 관계는 부모가 자녀를, 자녀가 부모를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죠. 화를 내야 할때 화를 낼 수 있는 관계가 되는 것, 저는 이게 더 중요하게 보입니다. 제 사견입니다.

  2. 솔바람 2011/04/05 11: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모이기 때문에 화를 내도 된다는 말씀 너무 위로가 됩니다. 오늘 아침엔 아들이 엄마를 너무 무서워하는 것 같아 물어보았습니다. 지승아, 엄마가 화내면 많이 무섭니? 그랬더니 하는 말, 아니요 짜증이 나요. 결국 제가 화 내는 방법이 틀린 겁니다. 짜증나지 않고 반성하게 하는 화를 내야 하는데 그걸 잘 못하고 있습니다. 어찌 해야할지... 화내는 횟수를 줄이면서 화를 낼때는 더 교육적으로 내는 방법을 터득해야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터인데 그게 잘 조절이 안되네요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