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학교/먹거리만끽학교'에 해당되는 글 24건

  1. 2007/02/23 마늘 이야기...
  2. 2007/02/22 간식의 고전 누룽지와 식빵과자
  3. 2007/02/08 죽어서도 숨쉬는 가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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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어머이와 아부지 마늘 밭에서 김매기 2006


 천연 항생제를 반찬으로 주셨던 우리 할머니

우리 애들이 5살 때다. 둘이 장난치다가 아들이 누나의 머리에 부딪혀 윗 앞니 두 개가 덜렁덜렁 흔들리는 사고를 당했었다. 5살짜릴 엎고 허둥지둥 동네 치과를 갔는데, 두 개 다 빼고 영구치가 날 때까지 의치를 해 넣는 게 좋다고 했다. 세상에나!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울대병원 어린이 치과를 갔다. 한 보름 두고 보자고 하여 기다린 끝에 하나는 뽑고 하나는 살렸다. 휴우~
마침 해성한의원에 갈 때가 되어 원장님께 말씀드렸더니 오미자를 물에 우려 내어 머금었다 뱉기를 반복시키면 이가 고정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하셨다. 마음은 당장 오미자를 사러 갈 것 같았는데 게으름과 설마 하는 마음에 해 주지 않은 것이 지금도 후회가 된다.

나중에 들으니 양약 중에도 머금었다 뱉는 약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더욱 후회 막급이다.

빼어버린 앞니 하나는 ‘치아종’이라는 것이 잇몸에 있어서 영구치가 날 때 방해가 되므로 어차피 미리 뽑아 주어야 했다는 치과의사 선생님의 설명이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우리 아이들에겐 <치과의사 드소토 선생님> -비룡소 출판사 -으로 이상익 선생님이 계신다. 치과의사 선생님이 인상이 좋다는 것과 실력이 좋다는 것의 상관관계는 입증된 바 없지만, 어쨌든 우리 아이들에게 인상 좋은 드소토 선생님이 계셔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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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종을 빼는 데는 잇몸 마취도 하고 시간도 꽤 걸렸다. 당연히 염증도 우려되었다. 선생님이 혹시 지금 먹는 감기약이 있으면 따로 안 먹어도 되고 없으면 하루쯤 먹는 게 좋으니 항생제 처방을 해 주겠다고 했다. 결국, 핵심은 항생제였다. 여차여차 하여 항생제를 한 벅 먹였는데, 두 번 먹이기는 싫었다. 잇몸의 염증 정도는 항생제 없이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잘 씹을 수 없는 아이를 위해 호두 죽을 끓였는데, 거기에 마늘과 양파를 다져넣었다. 그 죽을 먹어서인지 잇몸은 잘 아물었다. 근데 문제는 만 2년이 거의 다 되어 가는데 아직 새 이가 나지 않은 것이다. 쯧쯧...

생마늘이나 생양파는 향과 맛이 강하지만 음식 속에서 익으면 매운 향과 맛이 거의 사라지기 때문에 아이들도 잘 먹는다. 그 다음 끼니때도 다진 마늘을 듬뿍 넣어 요리했었다. 그것도 충청도 단양군 적성면 솔고개 산인 오리지날 단양마늘을.

마늘이 갖고 있는 항염기능을 따로 말해 무엇하랴. 아메리카산 천연 항생제라는 프로폴리스는 너무 비싸서도 못 먹이는데, 고향집 앞밭에서 나온 마늘에 풍부한 천연 항생제 성분이 있다니 얼머나 큰 기쁨인지.

우리 아이들에게 야채를 특히 당근과 양파를 많이 먹이고 싶을 때는 ‘최병옥표 스파게티’나 ‘최병옥표 피자빵’을 해 준다. 스파게티 소스와 피자 빵 소스는 동일한 방법으로 만드는데 간단하다. 다지는 데 시간은 좀 걸리지만...

불린 표고버섯, 양파, 당근, 양배추, 감자, 마늘 등 집에 있는 야채는 다 다져 넣고 볶는데 되도록 기름을 적게 두르고 볶는다. 볶다가 표고버섯 불린 물을 넣고 아니면 월계수 잎을 넣고 끓인 물을 넣고 야채가 푹 익도록 끓인다. (월계수 잎을 처음엔 무시 했는데 그 삐쩍 말라비틀어진 월계수 잎에서 나는 향기는 너무도 상큼하다. 박하 향 같기도 하고 제피 향 같기도 한 것이 매력적이다.) 재료가 거의 익었을 때 케첩과 소금 약간으로 간을 맞춘다. 토마토가 흔한 계절엔 토마토를 갈아 넣기도 한다. 표고버섯 대신 새송이를 다져 넣으면 오돌오돌 버섯 씹히는 맛이 아주 좋다. 기름기 없는 부위의 육류를 다져 넣어도 좋다.

이렇게 소스를 만들어 냉동실에 보관했다. 녹여 먹기도 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많은 종류의 야채와 마늘을 먹는 줄 모르고 맛있다며 잘도 먹는다.

허긴 그렇게 천연 항생제 먹이며 키워도 요즘 우리 아들은 아데노이드와 편도 비대로 인한 코골이 때문에 수술을 하느냐 마느냐로 몇 달째 고민하게 만드니 원...

내가 우리집 거의 모든 요리에 마늘과 양파를 듬뿍 넣는 것은 우리 아이들에겐 일종의 속임수다. 그런데 그런 속임수 없이 우리에게 마늘을 듬뿍 해 주셨던 분이 계신데 바로 우리 친정 할머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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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다섯을 손바닥만한 단칸방에서 돌보시던 할머니. 학교에 이것 저것 돈을 내야 하면 우린 할머니께 손을 내밀었고, 할머닌 돈이 없다며 “손가락을 빼서 주랴!” 하셨다. 수중에 돈은 없고 손주들은 달라 하는 상황에서 내신 역정이셨다. 손주들을 빈 손으로 학교로 보내시면서 내신 그 역정 속에 진짜 손가락을 빼서 팔 데가 있으면 그리 하고 싶으셨을 할머니의 안타까움을 이해하게 되었지만 할머니는 안계신지 오래다.

돈은 없고 먹을 먹을 건 귀하고, 그런 상황에서 (70년대 중반 서울 유학파인 우리 형제들의 기록이다.) 할머닌 우리에게 마늘을 무쳐 반찬으로 주셨다. 단양 마늘을 캐는 6월 쯤, 부모님이 돈은 못 보내도 마늘은 넉넉히 보내셨었나보다. 때론 생마늘을 얇게 썰어서 고추장에 무쳐 주셨고, 때론 통마늘을 쪄서 고추장에 무쳐 주셨다. 생 마늘 무침은 매웠다. 그래서 생마늘  무침에 대한 기억은 애틋하지 않다. 그러나 찐 마늘을 무치면 이상하게 맵지도 않고 맛이 있었다. 지금 할머니에 대한 추억과 함께 내 콧날을 시큰하게 만드는 것은 익은 마늘 무침이다.

김장 준비로 마늘을 한 양푼씩 깔 때마다 마늘무침이 생각나서 나도 한 번 해 봐야지 하는데 잘 안된다. 익은 마늘 무침이 없이도 한 상이 차려지는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오늘 아침, 죽음의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아진 지승이가 묻는다.

“엄마, 우리가 커서 엄마 아빠가 되면 엄마는 죽어서 없어요?”

감정이라고는 들어가 있지 않은 너무도 담백한 질문이었다. 호기심 만세!

그런데 대답하는 순간 나는 담백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누구에게 위안을 주는 대답이었는지 모르겠다. 한가지 내 아들을 많이 사랑해서 내린 대답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 옛날, 손가락을 빼서 팔 데가 없어서 손주들을 공납금 없이 학교에 보내셨던 할머니의 마음이 애틋하게 다가온다. 지금은 솔고개 학강산 양지바른 곳에 누워계신 할머니께 맛있는 요구르트 한 병 바치고 싶다.

핵심
1. 진짜 좋은 단양 마늘은 밭에 비닐 대신 짚을 덮고 겨울을 난다. 그 모진 겨울을 땅에서 나느라고 웅크려 자라 알이 작고 매운 맛이 진하다.

2. 진짜 단양 마늘은 친정 어머니께 부탁해도 어떨 땐 구하기 어려운데, 시중엔 어쩜 그렇게 단양 마늘이 많은지...

3. 그래서 진짜 단양 마늘은 좀 비싸다.

4. 같은 단양마늘이라도 시골 집 헛간 처마 밑에선 오래 가는데 서울에선 저장이 잘 안 된다. 까서 찧어 냉동실에 넣고 먹는 것이 최상책인 듯.

5. 단양 마늘은 항염 작용이 뛰어나고 몸을 덥혀주며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지만 생마늘은 위에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조심!

요리교실 단양마늘 이야기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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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의 고전 누룽지와 식빵과자

오랜만에 좋은 친구들을 만날 때 뭐 좀 나눠 먹을까 궁리하다 누룽지를 들고 가기도 한다. 왜냐하면 내가 누룽지를 귀한 간식거리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내 아이 또래의 아이들이 있는 친구들이라서 아이 간식 주라고 챙겨다 주는 것이다. 대부분 일을 하는 친구들이라 반전업인 나와는 처지가 달라 누룽지 눌려서 아이들 간식 하라고 줄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음을 짐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누룽지를 받은 친구는
“ 우리  애들 아빠가 좋아하겠다.”
한다.

누룽지는 2006년에 아이로서 살아가는 사람에게 보다 60~70년대를 아이로서 살아온 사람에게 행복하게 다가가는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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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룽지에 대해 간직하는 최초의 기억은 막내 고모네서 먹은 누룽지이다. 연탄 아궁이에서 한 밥이었는지 석유 난로 위에서 끓인 밥이었는지, 어떻게 생긴 양은 솥이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비록 내가 그 누룽지를 손에 받아 든 장소가 고모네 집 부엌 문간에서였지만 다른 기억은 없다. 그저 따끈따끈하고 노릇노룻한 누룽지에 설탕을 골고루 뿌려서 고모는 내개 주었고 지금도 그 때의 장면을 떠올리면 따뜻함과 고소함, 달콤함에 사로잡히곤 한다. 그 아름다운 추억을 주신 막내 고모의 고운 모습이 떠오른다. 다음에 만나 뵐 땐  내 추억속의 누룽지처럼 향기로운 추억담과 함께 누룽지를 좀 만들어다 드려야겠다.

예나 지금이나 누룽지를 구멍 없이 한 판 잘 긁어내는 것은 보통 기술로는 되지 않는다. 만약 가마솥에 하는 밥에서 얻는 누룽지라면 내공이 있어야 한다. 어렸을 때 집안에 큰 일이 있으면 큰 가마솥에 밥을 하는 걸 보았다. 밥이 끓으면 아궁이에 불을 꺼내 솥뚜껑위에 올려놓았다. 위가 설익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이었으리라. 그런데 그렇게 한 밥솥에 누는 누룽지는 정말 예술이었다. 밥을 알뜰히 푸고 한참을 놔두면  밑에 눌은 누룽지가 솥 바닥에서 저절로 떨어지는데, 아마 가마솥의 은근한 열기가 누룽지의 수분을 날려 보내고 그래서 생기는 수축현상이 그 이유인 것 같다.

나는 보통 프라이팬과 찬밥을 이용한 누룽지를 만들기 때문에 내공까지는 없고 그저 인내와 정성으로 누룽지를 만든다. 보통 프라이팬에 밥 두 공기 정도의 분량으로 누룽지를 한 판 마드는 데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 때로 너무 바쁠 때는 프라이팬에서 형태를 만들고 전자렌지를 이용해서 수분을 증발시키고 바삭거리는 느낌이 나게 굽는다. 전자렌지에 2분 정도 가열하고 꺼내서 수분을 증발시키고 하는 과정을 대여섯 번 반복하면 바삭바삭한 누룽지가 된다.

가끔 옛날 생각이 나서 누룽지가 먹고 싶어도 도대체 누룽지가 생겨야 말이지. 전기밥솥은 물론 압력솥도 ‘쉭쉭쉭쉭’ 하는 요란한 소리를 내서 언제 불을 꺼야하는지 알려주기 때문에 도대체 누룽지를 얻을 수가 없다. 어쩌다 밥 양이 많아서 압력솥 밥이 눌어붙지도  하는데, 그렇다고 노릇노릇한 누룽지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던 중 친정 형님이 프라이팬에 누룽지를 만드는 것을 보았다. 그때부터 우리 집엔 찬밥이 남아날 틈이 없다. 그 전엔 찬밥이 남으면 참 성가시고 싫었다. 다른 식구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 따뜻한 밥 먹는데 나 혼자 찬밥 먹기도 싫고. 그런데 내가 프라이팬을 이용해 누룽지 만드는 재미를 들인 후로는 누룽지용 찬밥을 만들기 위해 쌀을 한 컵 더 푸기도 한다.

물론 내가 만드는 누룽지에는 설탕을 뿌리지 않는다. 내가 어렸을 때는 설탕이 귀하던 시대였으므로 고모는 나에게 설탕을 듬뿍 뿌린 누룽지를 주셨다. 그러나 요즘은 설탕은 모든 성인병의 주범쯤으로 인식되고 있으니 오히려 설탕을 뿌려주면 실례다.  가끔은 별미로 통깨를 섞어 통깨 누룽지를 만들기도 하는데 아이들에게서 별다른 반응이 없다. 그저 누룽지는 바삭거림과 구수함만 있으면 다 갖춘 것이다.

내가 누룽지를 만드는 재미에 한참 빠져 있을 때 친구가 집으로 놀러 온 적이 있다. 가슴아픈 일이 있었던 친구를 위로도 할 겸  우정도 보여 줄 겸해서 하트모양 누룽지를 만들어 주었다. 그날 친구는 ‘너 이런 것도 다 만드냐?’ 하며 웃었고, 우린 같이 앉아서 가슴속의 아픔에 대해 오래 이야기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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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룽지는 내 아이들이 유치원 다닐 때 준비해다 주는 간식에도 포함되었다. 학기 추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아이들 간식에 대해 ‘쵸코00도 안 주면 좋겠다. 색소와 향 투성이 사탕도 안 주면 좋겠다. 화학 조미료가 든 과자도 안 주면 좋겠다. ...  ’ 이런 주문을 했었다. 그러니 유치원 담임선생님은 오죽 힘드셨으랴.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아이들 간식을 가끔 만들어다 드렸었다. 누룽지를 아이들 손바닥보다 작게 잘라 한 쪽씩 나눠주는 것이지만 30명의 아이들이 한 쪽씩 먹게 주려면 꽤 공을 들여야 했다. 아이들에게 좀 특별한 먹거리를 대해 보는 추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인데 ...

내가 아이들 간식을 고를 때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가 ‘트랜스 지방이 없는 것’이다. 한 텔레비전 프로에서 ‘트랜스 지방의 두 얼굴’에 대해 보도한 바와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에서 밝힌 트랜스 지방산의 유해성에 대한 내용은 나를 놀라게 했다. 외국의 경우 -나라 이름이 생각 안남- 인스턴트 식품에 트랜스 지방의 함량을 규제하는 법이 있다는데 우리나라 식품 위생법엔 아직  허용기준치가 명시되어있지 않다고 하니 현재로선 소비자 스스로 골라먹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식품을 고를 때 트랜스 지방이 없는 간식만 골라도 50%는 성공한 거라는 기준을 세우고 있다. 쇼트닝, 마가린과 같은 수소첨과 경화유는 그 생산가공 과정에서 트랜스지방산이 생성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성분표시를 보고 가공식품을 구입을 하는데 도무지 그런 것들이 안 들어간 식품을 보기가 힘들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과자를 직접 만들어 보려고 밀가루와 삶은 고구마를 으깬 것을 반죽하여 기름을 두르지 않은 프라이팬에 구워보았지만 바삭바삭 해지지 않았다. 두 번째는 반죽을 할 때 올리브 오일을 많이 넣고 해 봤지만 역시 바삭한 맛을 낼 수는 없었다. 물론 좋은 재료를 넣은 바삭거리는 고급 쿠키를 파는 곳도 있지만 나 같은 알뜰파가 사서 먹기엔 너무 비싸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한 것이 식빵과자다. 쇼트닝이나 경화유라는 표시가 없는 식빵을 사서 바삭하게 과자로 만들어 주었는데 그 작업에 걸리는 시간이 또 보통이 아니다.

먼저 샌드위치용 식빵을 사서 빵칼로 포를 뜨듯이 얇게 저민다. 얇아야 바삭하게 만들기가 쉽기 때문이다. 얇은 식빵을 토스트기에 넣고 노롯노릇 한 번 구워 식힌 후 다시 한번 더 굽는다. 한번에 오래 굽지 않고 3분이나 2분 정도로 두 번 반복해서 굽는 것은 식빵을 태우지 않고 식빵속의 수분을 제거하기 위한 거다. 이렇게 구운 식빵을 날씨가 건조할 땐 바싹 마를 때까지 자연건조 시킨다. 날이 습하거나 시간이 없을 땐 누룽지를 만들 때처럼 전자렌지에 가열해서 수분을 증발시킨다.

제과점에서 파는 식빵과자는 기름에 튀겨서 바삭한 질감을 내는 거라면, 기름에 튀기지 않고 바삭한 질감을 얻기 위해 두 번 굽고 건조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다. 겉모양은 볼 품 없지만 식빵과자를 우리 아이들은 아주 좋아한다. 물론 아이들 유치원 친구들도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선생님 말씀)

누룽지도 식빵과자도 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건강한 주점부리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으로 만든 것이다. 이런 노력이 사회 전체의 노력으로 이어져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좀 더 나은 먹거리를 누리며 살길 바란다. 그래서 누룽지나 식빵과자를 만들 시간이 없는 이 땅의 일하는 엄마들도 먹거리 걱정을 덜 해도 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생각난 김에 내일 나들이에 먹을 식빵이나 구워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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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숨쉬는 가자미- 식혜


홍합에 대한 이야기가 과거형의 추억이라면 가자미 식혜 이야기는 미래진행형이다. 지금부터 쭈~욱. 가자미 식혜를 완성할 때 까지 이어질 희망의 이야기다.

오랜만에 친구 둘을 만나 와인 한 잔 마셨다. 집 식구들이 잘 안 먹는 것 먹어 치우는 차원에서 훈제 연여 꺼내고 (그렇게 말해도 안 섭섭한 사이), 그것만 밋밋하여 와인 한 잔씩 따랐다. 연어보다 와인보다 좋은 건 역시 친구. 이런 저런 얘기하다 ‘너 혹시 가자미 식혜 먹어 봤니?’ 물었다. 아니라는 대답이다. 역시 가자미식혜는 흔치 않은 음식임에 틀림없다. 흔치 않은 귀한 음식이기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우리 나라 음식의 매력은 발효에 있다. 각종 김치, 된장을 비롯한 장류, 그리고 가자미 식혜! 요즘 난 가자미 식혜의 매력에 흠뻑 취해있다.

김치가 잘 익은 김치통은 뚜껑이 부풀어 오르는 걸 볼 수 있다. 김치가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가자미를 담아 놓은 통도 뚜껑이 부풀어 오른다. 죽어서도 숨쉬는 가자미!

해물을 소금에 절여 삭히는 젓갈과 달리 가자미는 가자미를 양념에 버무려 발효시킨다. 기장으로 밥을 지어 가자미와 섞어 같이 발효시키는데, 살짝 절여 물기를 짠 무채를 넣고  고춧가루 마늘로 양념하여 먹는다. 기호에 따라 발효시킬 때 엿기름을 쓰기도 한다. 잘 익은 가자미는 뼈까지 몰랑몰랑하게 삭아 뼈째 먹는다. 그래서 가자미 식혜는 칼슘 보급원으로도 좋다.

생선은 회, 탕, 구이, 어포 등 만드는 방법이 다양하다. 거기에 식혜라는 새로운 영역이 하나 추가되었다. 그 영역에 발을 들여놓아 성공(?) 하면 친구들을 부르리라. 불러 안 어울릴 것 같은 화이트 와인 한 잔씩과 가자미 식혜 한 접시의 조화가 어떻게 사람을 흥건한 그리움에 젖게 하는 지 보여주리라.

그리움의 시작은 가자미 식혜. 가자미의 허물도 기장 낱알도 무의 속살도 영역 없이 넘나드는 가자미 식혜의 포용력에 안기리라. 추억의 메모장 하나씩 들고 올 친구들아, 서로의 그리움을 안아 주자꾸나!

후기 -- 작년에 선물 받은 가자미 식혜를 잘 드시기에 올 해는 직접 무 양념을 했다. 기장을 넣어 삭은 가자미가 속초에서 왔고 거기에 내가 무채를 넣고 양념을 했다. 내 입엔 맛있어 죽겠는데 시어머님이 잘 안드신다. 그래서 이유를 여쭤봤더니 작년에 선물 받은 것은 맛있었는데, 올해 건 가자미 냄새가 나서 이상하다 신다. 아하, 알겠다. 어머님은 반찬으로 드셨으니 맛을 정확히 짚으신 거고, 나는 와인 안주로 먹었으니 가자미냄새를 못 느꼈던 것이다. 와인이 가자미 냄새는 없애주고 와인 한 잔에 떠오른 추억의 향취만 전해준 탓이다. 어쩌나, 할 수 없이 이번 가자미 식혜는 와인하고만 먹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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