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방학을 같이 보낸 후 진슬이는 내 맘에 더 쏙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나은이 동생이 진슬이였는데, 이젠 그냥 진슬이가  되었습니다. 아이들도 진슬이가 오길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의견이 다를 때 거의 동생들에게 맞춰주고, 그렇게 양보하는 것이 힘든 것 같지 않고 느긋해 보이는 진슬이.

아침부터 언제 오려나 기다린 진슬이가 점심때가 지나서 도착했습니다. 진슬이 이모할머니께서 송편과 수정과를  만들어 보내주셨습니다. 송편이 얼어 있을 땐 연한 노랑색이었는데 찌니 연한 녹색이 되었습니다. 서울식으로 갸름하게 만들어 주신 송편을 쪄서 아이들은 조청을 찍어먹었습니다. 계피향 진한 달콤한 수정과와 함께라 더욱 맛있었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진슬이 누나는 지윤이와 짝이 되어 그림을 그리고 놀고, 진하는 어두워진 데크에서 진슬이와 지승이를 따라다니며 놉니다. 하룻밤 묵어가면 좋을 것을 나은이와 진하는 엄마를 따라 서울로 갔습니다. 진슬이는 진하를 못살게 구는 ‘깜씨’를 잡아야하는 임무를 띠고 하리에 남았습니다. 아마도 망태할아버지 역학을 진슬이 집에선 ‘깜씨’가 하나 봅니다. 진슬이 하리에 있는 동안 진하한테서 ‘깜씨’를 잡아서 빨리 오라는 독촉 전화를 몇 번 받았습니다. 다행히 ‘깜씨’는 잡아서 하리에서 처치하고 가는 걸로 얘기가 잘 되었습니다.

진슬 지윤 지승, 셋이 모이자 블루마블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재미있을까 싶은데 아이들은 모이면 블루마블을 합니다. 가짜 돈에 가짜 빌딩에 가짜 여행인데 아이들은 제 몫을 챙기느라  목소리를 높여 싸우기도 하면서 블루마블을 합니다. 경제에 관한 관심이 유난히 많은 진슬이는 무엇을 해도 투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냅니다. 한번은 끝말잇기 게임을 하는데 ‘주’자가 나오자 바로 ‘주식’이라고 하는 걸 보고 확실히 경제관념이 뛰어남을 알았습니다. 엄마 아빠는 ‘돈, 돈’ 하는 사람들이 아닌데, 진슬인 돈의 흐름에 민감합니다. 그걸 보면 타고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한찬 지윤이가 해리포터를 읽을 때라 마법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진슬인  마법 같은 것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는 겁니다. 아이들 셋을 나란히 뉘여 놓고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읽어주었습니다. 돌아가며 소리내어 읽게도 시켰는데 진슬이를 읽으라 시켜놓고 내가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물어보니 한 참 읽다 보니 이모랑 지승이랑 다 자고 있더라는 겁니다. 어쨌든 설정은 마법의 세계지만 거기서 일어나는 일들은 현실 세계에서 있을 수도 있는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읽어보라고 권하였더니 하리에 있는 동안 잘 읽다가 갔습니다.

진슬이가 스스로 더 재미있게 읽고 간 책은 <몽실언니>입니다. 자라고 해도 조금만 더 읽으면 끝이라고 늦은 시간까지 읽었습니다. 평소 책을 잘 안 읽는다고 걱정하던 진슬 맘의 걱정이 괜한 것임을 알았습니다. 자신의 정서에 맞으면 추위도 이기고 밤잠도 이기고 책을 볼 줄 아는 아이가 진슬이입니다.  진슬이가 조금 더 커서 해리포터를 둘러 싼 세계의 갈등이 현실에 있는 것을 모방한 것임을 이해한다면 아마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한자리에서 읽어 치울지도 모릅니다.

만난 첫날이라 마냥 놀라는 것을, 몸이 힘들면 내일 재미있게 못 논다고 타일러 재웠습니다. 진슬이가 읽어주는 해리포터를 들으며 잠 든 열 사흘째의 아늑한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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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사람

이것이 우리 집 가훈입니다.

지식과 지혜는 다릅니다. 지식은 인격의 체 없이 드러나는 것이고 지혜는 지식이 인격의 거름망을 통과하여 나오는 정화입니다. 지혜는 고품격 지식입니다.

우리 아들이 참 지혜롭구나 하는 자부심을 갖는 것은 아들이 공부를 잘 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아직 어리니 인격이 완성됐다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아들에 대한 자부심이 절로 생기는 것은 아마도 가능성 때문일 겁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이끌 씨앗을 아들에게서 발견합니다.

오랜만에 약수터를 갔습니다. 보통 물을 떠오는 것은 아이들 몫인데 겨울 해가 뉘엿뉘엿 지려 하는 때고 눈이 아직 많이 쌓인 길이라 같이 나섰습니다.

눈길을 걸어 약수터에 도착해서 준비해 간 코코아를 한잔씩 마셨습니다. 물병에 물을 담아  내려가려는데 지승이는 물이 나오는 관 앞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엄마 먼저 간다고 소리쳐도, 너 혼자 있으라고 을러도 쭈그리고 앉아 뭘 열심히 합니다. 가서 보니 코코아 마셨던 컵에 물을 담아 약수터에 길게 자란 고드름을 녹이고 있는 겁니다. 같은 물인데 관에서 졸졸 나오는 물은 얼지 않았는데 주위는 온통 얼음입니다. 그게 신기했나 봅니다. 물을 받아 끼얹으면 그 얼음을 녹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손이 시릴 텐데 연신 물을 떠서 얼음 위에 뿌리고 있습니다. 얼음은 0도 이하고 물은 0도 이상일 터이니 가능한 발상이긴 합니다. 하지만 얼음 위에 덧뿌려지는 물이 얼음 위에 다시 얼 정도로 추운 날씨에 물로 얼음을 녹일 수 없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결국 혼자 남겨 놓고 한 참을 내려와 기다린 후에야 아들은 따라 내려왔습니다. 어쨌든 궁금한 건 한 번 해 보는 실천력. 그런 실천력이 있기에 지혜로운 사람이 될 거라 믿습니다.

하리는 시골인지라 서울보다 쓰레기 분리수거가 잘 안되는 편입니다. 재활용 할 수 있는 물건들도 그냥 태워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바람이 워낙 세게 불어서 다른 집 밭에 있던 비료포대 같은 것들이 날려 와 굴러다니는 경우도 많습니다. 개울에 있는 쓰레기를 한 번 치워야지 하면서 엄두가 나질 않아 못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약수터에 갔다 온 아들이 자신이 쓰레기를 줍겠답니다. 그래서 큰 봉투를 하나 주고 주우라고 했습니다. 숯불구이 할 때 숯을 뒤집는 용도로 쓰던 집게도 하나 들려 주었습니다. 너무 멀리 가지는 말라고 당부하고 들어왔습니다.

아이들 유치원 때 휴지를 줍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배운 뒤 길에 있는 깡통을 주워 온 일이 있습니다. 재활용 하면 된다면서.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깡통이 얼마나 더러울까를 생각하면 칭찬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쓰레기를 줍는 것도 중요하지만 맨손으로 더러운 쓰레기를 주우면 손이 얼마나 더러워지겠냐는 말을 먼저 했습니다. 몇 번 그러고 나서 더 이상 아이들은 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진 않습니다. 대신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길에 함부로 버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은 철저히 심어주고 있습니다.

한참을 있다가 아들이 들어왔습니다. 쓰레기 봉투를 어쨌냐고 했더니 쓰레기를 분리 하려고 쓰레기는 박스에 부어놓고 봉투는 박스 옆에 두었답니다 나는 그냥 봉투 째 폐기물 표를 사서 붙여 버리려고 했는데 아들은 주운 쓰레기들을 분리수거 하려 한 것입니다. ‘아이 디러워라!’ 속으로 하면서 아들에겐 잘 했다고 칭찬했습니다.

아는 것을 올곧게 실천 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이 지혜라 하니 우리 아들은 분명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하리에서의 열이틀 째는 쓰레기 주우며 지혜를 다시 생각하며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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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그네 2011/03/30 00: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식과 지혜를 가르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합니다. 아들이 어렸을때부터 지혜롭게 행동하라고 가르쳐왔지만 그 의미를 명쾌하게 답변을 해준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지혜는 말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가르친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부모의 한순간 말과 행동은 자식을 지혜로운 사람으로 키울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지승이가 지금 이런 가르침을 받고 있는게 아닐까 합니다. 지승이, 지혜로운 사람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공주능이 있던 산. 사유지였을 때 드림랜드라는 놀이 공원이 있던 산.  서울 시에서 매입하여 북서울 꿈의 숲 이라는 이름의 공원으로 태어난 산. 우리 동네 산입니다.  성북구 장위동에서  길을 하나 건너 북서울 꿈의 숲 정문을 통과하여  후문까지 관통하여 걷고 나면 강북구 정보도서관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물론 꿈의 숲 후문에서 도서관까지 한 3분 정도 걸어야 하는 길이지만 옛날  사유지였던 드림랜드를 통과할 수 없어 공주능 산을 빙 돌아 다녀야 할 때 비하면 도서관 오는 여건이 참 좋아진 편입니다. 도서관 뒷쪽은 바로 산과 연결돼있어 책읽고 산책하기 참 좋은 곳입니다. 이 도서관엔 계단을 걸어서 다니는 사람이 유독 많습니다. 바로, 계단을 오르면 자연스레 눈에 들어오게 붙여져 있는 좋은 글귀들 덕분인 것 같습니다.  정성껏 써서 집 여기저기에 붙여놔야겠습니다. 책을 좋아 하는 우리 아이들에겐 자긍심이 될 것이고, 격려가 될 것 같습니다.  또하나 계단을 걷는 것의 신체적 의미를 부각시켜주는 말들도 써 있습니다. 이만큼 운동 했으니 믹스커피 한 잔 마셔도 돼 하는 안도감을 주는 글귀들 입니다. ^^  도서관 계단을 4층까지 걸어 오른 뒤 휴게실서 커피 한 잔 먹는 맛, 끝내 줍니다.~~~


책을 읽음에 있어 어찌 장소를 가릴 것이랴. 

--퇴계 이황

날마다 반시간씩이라도 무엇인가 사색하고 독서하라

--로맹롤랑

사람은 음식물로 체력을 발육케 하고 독서로 정신력을 배양한다.

--쇼팬하우어

잭은 한 권 한 권이 하나의 세계이다.

--윌리엄 워즈워스

책은 꿈꾸는 것을 가르쳐주는 진짜 선생이다.

--가스통 바슐라르

독서의 참다운 기쁨은 몇 차례고 그것을 다시 읽는 것이다.

--로렌스

독서를 하면 옛 사람과 벗이 된다.

--맹자

가장 싼 값으로 가장 오랫동안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 바로 책이다.

--몽테뉴

독서란 사람이 밥을 먹고 운동을 하는 것과 똑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헨리 밀러



계단을 오르면 관절을 유지하는 인대와 근육을 단단하게 만듭니다.

계단 오르기는 빠르게 걷기보다 약 2-3배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시킵니다.

계단을 오르면 허리와 무릎 엉덩이 관절도 튼튼해집니다.

계단 오르기는 달리기나 자전거보다 더 많은 근육들을 강화시킵니다.

계단 오르기는 심폐지구력을 강화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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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5분정도 오르면 수영의 운동량과 맞먹는 40Kcal의 열량을 소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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