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에 해당되는 글 11건

  1. 2010/06/01 곱디 고운 우리 딸 (2)
  2. 2010/06/01 아들의 사랑스런 해답!

곱디고운 우리 딸

아이들 키우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할 때가 참 많습니다. 모든 면에서 미안한 감정이 안 생길만큼 완벽하게 뒷바라지를 해주고 싶지만 여건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때때로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지난 중간고사 이후로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공부를 시키고 있습니다. 일종의 명예회복(?)을 위해 공부를 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과서에는 몇 글자 안 되는 데 문제집에는 왜 이렇게 내용이 많은 것인지 그 내용을 한 번 씩 읽고 문제를 푸는 데 시간이 제법 걸립니다. 학교 갔다 와서 한 1시간 정도 쉬고 그때부터 공부를 합니다. 한 과목을 보는 데 20분에서 30분 정도 소요되고 쉬는 시간이 10분인데 (길어져서 20분씩 쉬기도 합니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네 과목을 다 하려면 밤 9시가 훌쩍 넘어 못 끝내고 자는 날이 많습니다. 이런 날이 반복되다보니 아이들을 데리고 앉으면 화가 나고 짜증이 나서 작은 일에도 소리를 지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어제는 가만히 딸 아들 얼굴을 보니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나 어렸을 때는 학교 숙제만 하면 땡이었고, 그나마 모든 시간을 자율적으로 운용했었는데, 지금 나의 아이들은 ‘20분 읽기 10분 쉬기’ 하는 식으로 보내야 하는 게 불쌍하게 느껴졌습니다. 어디에 몰입할 수도 없고 감질만 나는 쉬는 시간 10분. 이렇게 10분 단위로 통제 받던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얼마나 자기 주도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걱정도 되는 겁니다. 그래도 기말고사는 좀 잘 봐서 자신감을 얻게 하는 게 좋겠다 싶어 공부를 시키긴 시키는 데, 하면서 자꾸 화를 내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딸 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했습니다.

“있잖아, 엄만 화가 나는 일이 많아.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한테 화를 낼 수는 없잖아. 그런데 지윤이 지승이 한테는 자꾸 소리 지르고 화를 내게 돼. 미안해.”

그랬더니 딸이 이러는 겁니다.

“그럼 우리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럼 화를 안 낼 거 아니예요!”

~~~ 아! 명쾌하고 발랄한 우리 딸~~~

지난 중간고사에서 과학을 9개 틀렸다고 놀린 아이들 코를 납작하게 해 주자는 말에 기말고사를 잘 봐도 코를 납작하게 하지는 말자고 하던 딸 지윤이!

천성이 밝고 아름다운 우리 딸 지윤아, 사랑해!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나그네 2010/06/02 01: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글을 읽고 있으니 갑자기 아들 생각이 납니다. 회사에서 가끔 아들 생각하면 불쌍하고 눈물이 날때가 있습니다. 한참 뛰어놀 나이에 공부하느라 책상에 앉아 있을 것을 생각하면 괜실히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러면서도 최선을 다하기 위해 책과 씨름을 하고 있을 아들을 생각하며 내가 무엇을 도와줄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아빠는 아들을 믿어. 너의 잠재력과 실력을 믿는다'. 아들은 오늘도 저와 대화를 하며 히~ 웃습니다. 하얀 도화지 같은 아들. 그 도화지에 앞으로 무슨 그림을 그려 나갈지 저는 무척 기대가 됩니다.
    이글을 보며 지난 중간고사에 과학 시험지 보고 아들에게 회초리를 들었던 것이 후회가 됩니다. 1등만을 고집하는 못난 아빠의 욕심이 아들에게 상처를 입힌 것 같습니다.내일은 아들에게 아빠의 잘못을 사과해야 겠습니다.
    아이들은 현재의 모습보다 그 잠재성을 봐야함을 요즘 절실히 깨닫습니다. 지윤이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아가씨죠.그 잠재력이 아름답게 꽃피울날을 기다립니다.

  2. 솔바람 2010/06/02 06: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그네님, 안녕하세요.
    요즘 지승이가 성악을 배우고 있습니다. 군대를 막 갔다 온 대학생 선생님입니다. 지승이 발음 교정이 첫째 목적이었고 둘째는 발표력 향상, 셋째 목표는 노래로서 인생이 더 풍요로와지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약관의 나이 막 벗어난 선생님으로부터 다른 것 하나를 덤으로 얻고 있습니다. 바로 '내 아들이 저렇게 크면 참 좋겠다.'하는 모델을 보는 것입니다.
    성실하고 점잖고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갖고 사는 긍정적인 젊은이.
    대화 중에 성악 선생님이 그렇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바로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엄격한 가정교육과 규칙적인 생활이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존대어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엄마 아빠 이외의 어른들께는 존대어를 써야 한다고 가르치지만 엄마 아빠와 대화할 때는 존대어를 하지 않아도 그냥 둡니다. 사랑이나 존경은 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성악선생님은 말 배울 때부터 존대어를 썼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매일 영어단어를 외워 저녁에 아버지께 테스트를 봤다고 합니다. 그래서 못 외우면 매를 맞기도 하셨답니다. 어찌보면 그렇게 어렵고 무서운 아버지지만 성악선생님은 지금도 아버지와 굉장히 친하고 대화도 많이 나눈다고 합니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놀이나 대화가 막히기 쉬운 부자관계가 저렇게 잘 유지 될 수 있는 건 무엇때문일까 궁금했습니다. 성악 선생님과의 대화를 되집어 보며 제가 나름대로 답을 찾았습니다.
    진실한 사과.
    어른들은 나이 어린 사람에게 하는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권위나 위신을 앞세워 본인의 잘못을 덮어두고 지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런데 성악 선생님의 아버지께서는 어린 아들에게 한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를 하셨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 영어 단어를 못 외웠다고 때린 게 미안하다. 아빠가 잘못했어.'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 할 수 있는 아버지가 계셨기 때문에 성악선생님은 반듯한 젊은이로 자랐고 부모님을 사랑하는 아들이 되었을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나그네님의 글을 보며 성악선생님이 떠올랐습니다.
    엄한 교육을 하시면서도 진심어린 사과를 하리라 생각하시는 나그네님이 계시기 때문에 아드님도 반듯한 젊은이로 자라게 될 겁니다.

    반듯한 젊은이로 가득한 세상! 그런 세상에서 행복하게 삽시다!

지혜로운 우리 아들

1. 커피믹스를 마실 때 마다 고민을 합니다.

‘이걸 먹어 말어.’

입에 착착 감기는 그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이 유혹합니다. 그러나 크림과 설탕 섭취로 인하여 내장지방층이 두꺼워 지는 것도 생각 안할 수가 없고. 또 골밀도가 평균치보다 많이 낮다고 하니 칼슘을 빼간다는 카페인을 맘놓고 섭취할 수도 없는  처지인지라  커피를 마실까 말까 늘 망설이게 되는 겁니다.  아이들한테 초콜릿이 좋지 않다고 주지 않으면서 크림 설탕 달달하게 들어간 커피믹스를 마시는 게 미안하기도 하여 얘기 했습니다.

“지승아, 사실 엄마는 살찌니까 이거 마시면 안 되는 데, 자꾸 먹고 싶어, 어떡하지?”

그랬더니 지승이 좋은 수가 있다며 말해주는 겁니다.

“엄마, 그러면 어버이날에만 한 번씩 드세요.”

~~~ 에궁 ~~~ 황당, 그리고 당황.

아이들이 초콜릿을 사달라고 할 때 제가 하는 말이거든요.

생일 날 기념으로, 어린이 날 기념으로. 때론 한 학기를 잘 마친 기념으로 ...

살찔까봐 참아야 하는 믹스커피를 향한 엄마의 마음을 초콜릿을 향한 자신의 마음과 비교해 보고 결론을 내렸겠지요. 어버이날처럼 특별한 날에 한 번씩 마시라고.

엄마를 위해 맘 놓고 마실 수 있는 날을 생각해 준 지혜로운 우리 아들. 사랑해!

댓글을 달아 주세요